지금부터 64년 전인 1962년 9월. 냉전의 한복판, 옛 소련의 ‘스푸트니크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절이었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주 휴스턴 라이스대 연설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대담하지만 무모해 보인 도전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며 현실이 됐다. ‘문샷(moonshot)’이란 말은 역사에 새겨졌고,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 프로젝트의 상징이 됐다.문샷 정신은 반세기를 건너 민간으로 옮겨붙었다. 구글(알파벳)은 2010년 구글X 연구소를 세우고 자율주행차(웨이모), 성층권 인터넷(룬 프로젝트), 드론 배송(윙) 등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지만 세상을 바꿀 미래 기술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화성 이주’라는 야망을 품은 현대판 문샷의 전형이다. 실패 위험이 크더라도 ‘10% 개선’이 아니라 ‘10배의 도약’을 꿈꾼다.
한국 정부가 주요 기업과 손잡고 ‘K문샷’ 프로젝트의 닻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국가적 인공지능(AI) 역량을 결집해 과학기술 난제 해결에 도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G AI연구원, 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NC AI, KT, LG유플러스, 현대건설,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과 K문샷 프로젝트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목표는 뚜렷하다. 2030년까지 연구 생산성을 세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35년까지 첨단 바이오, 미래에너지, 우주, 반도체 등 8대 전략 분야에서 12개 국가 미션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출연연구소 전략연구사업과 관계부처 연구개발(R&D) 예산 등 1조원 규모 재원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간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반도체, 조선, 배터리 등 주력 산업이 중국 등의 맹추격을 받는 지금 AI를 지렛대 삼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AI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K문샷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