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고려대를 졸업한 김모씨(24)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졸업식 스냅 촬영 아르바이트생을 구했다. 캠퍼스 주요 장소를 돌며 자연스러운 스냅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다. 김씨는 “졸업앨범을 사지 않는 대신 자연스러운 사진을 따로 남기려고 한다”며 “2~3장만 실리는 졸업앨범에 5만~6만원을 쓰느니 같은 비용으로 사진을 수백 장 남기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졸업앨범 구매자 달랑 9% 그쳐
대학 졸업식을 기록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다수 졸업생이 학교 주관 졸업앨범을 구매지만 최근 관련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이날 학위수여식을 연 고려대의 졸업앨범 판매량은 350권에 그쳤다. 전체 졸업생(3885명) 중 9%에 불과한 수치다.졸업앨범 수요 급감의 주요 배경으로는 기존 책자 형태의 효용이 떨어진 점이 꼽힌다. 휴대폰이나 클라우드에 대용량 사진을 쉽게 저장,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앨범을 ‘필수 기념품’으로 여기는 인식이 약해지고 있다. 졸업생 박정아 씨(25)는 “클라우드에 넣어두면 필요할 때 찾아보기도 훨씬 간편하다”며 “학과 동기 중 졸업앨범을 샀다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고 했다.
딥페이크 등 불법 이미지 합성 범죄가 확산하면서 졸업앨범 촬영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연세대 졸업생 최모씨(26)는 “동문이라고 해도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내 사진이 남는 건 부담스럽다”며 “졸업앨범은 한 번 제작·배부되면 이후 사진의 공유 범위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촬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발생한 사이버 성폭력 범죄 3411건 가운데 딥페이크 범죄는 1553건(45.5%)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졸업은 학교 아니라 내가 주인공”
졸업앨범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개인 스냅 촬영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단체 촬영과 달리 본인 중심의 촬영이 가능하고 보정도 더 세심하게 이뤄져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졸업식 당일 스냅사진 촬영 작가를 섭외한 김소아 씨(25)는 “촬영 장소와 포즈를 직접 정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며 “무엇보다 내 사진만 신경 써서 편집·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일부 대학은 졸업앨범을 사실상 ‘개인 앨범’으로 바꾸기도 한다. 서강대는 2021년부터 졸업앨범을 개인 앨범 형태로 제작하고 있다. 제작 방식 변경에 앞서 실시한 학생 설문조사에서 ‘기존 단체 앨범은 본인 분량에 비해 부피가 커 비효율적’이라는 응답이 4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내가 속한 동아리의 단체 사진을 실을 수 없다’(32.6%) ‘이름·사진 등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된다’(15.6%)는 답이 그 뒤를 이었다.
성균관대도 2024년부터 개인 앨범 형태로 판매하고 있지만 올해 판매량은 100권으로 저조했다. 전체 졸업생 2769명 중 고작 3.6%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학교 명의로 제작 배포하는 졸업앨범 자체가 수년 내 폐지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제작 업체를 지정하는 방식은 각 개인의 선택지를 제한할 수밖에 없어 충분한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졸업앨범 자체가 박물관의 유물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