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지연구소는 남극에서 수천 미터 빙하로 덮인 빙저호의 세부 구조를 탄성파 탐사 기술로 정밀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빙저호는 거대한 빙하의 압력과 지열로 빙하 하단부가 녹아 형성된 호수다. 수만~수천만 년 외부와 단절된 채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해 ‘지구 속 외계’라 불린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처럼 얼음으로 덮인 천체와 환경이 비슷해 우주 생명체 탐사를 위한 핵심 유사 연구지로 가치가 높다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강승구 박사(극지연구소) 연구팀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남동쪽으로 약 270㎞떨어진 지점에서 2021~2022년에 수행한 탄성파 탐사 자료를 분석해 빙저호 ‘청석호’의 세부 구조를 규명했다.
탄성파 탐사는 지표면에서 진동을 발생시킨 뒤 지하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파동을 분석해 하부 지질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참고로 청석호 명칭은 대한민국 극지연구 초기부터 헌신하며 아시아 최초로 남극과학위원회(SCAR) 의장을 역임한 김예동 전 극지연구소 소장의 호 ‘청석’에서 따왔다.
극지연구소 분석 결과 청석호는 약 2.2km 두께의 빙하 아래 위치한다. 면적은 여의도의 약 8배 크기인 23㎢, 수심은 최소 10m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호수 바닥에는 약 120m 두께의 퇴적층이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현태 연구원(논문 제1저자)은 “120m의 퇴적층은 과거 남극의 환경 변화 기록의 보관소이자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미지의 미생물들이 존재하는 서식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빙저호 시추는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 국가만이 도전한 고난도 기술이다. 실제 성공 사례인 미국 팀조차 두께 1km 안팎의 빙하에서 작업했던 점을 고려하면, 2.2km 깊이의 청석호 시추는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 될 전망이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탐사 성과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와 협력해 2029년 청석호 시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