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올들어 t당 90달러 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세계 최대 철광석 매장지인 아프리카 기니 ‘시만두’ 광산이 상업 생산에 돌입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재활용 철강’인 고철(철스크랩)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철광석 가격은 내리고 고철 가격은 치솟는 원자재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쏟아지는 철광석에 100달러 붕괴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석 가격은 현재 t 99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1년전 약 110달러보다 10% 떨어진 가격이다. 가격 하락의 공급측 주요 원인은 연산 2000만t 규모의 철광석을 쏟아낼 아프리카 기니 시만두 프로젝트다. 시장 가격을 뒤흔들 대규모 물량인데다 철광석의 품질도 평균적 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요측면에서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고철 가격은 폭발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고철은 사용한 철강을 재사용을 위해 잘게 부순 재활용 철강이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기존 고로(용광로) 대신 고철을 이용한 전기로 비중을 경쟁적으로 늘리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제 고철 가격은 지난해 9월 톤당 340달러에서 10월 350달러, 11월 367달러, 12월 372달러로 가파른 상승 랠리를 펼쳤다. 현재도 지난 23일 기준 374달러로 고점 부근에서 횡보하고 있다. 국내 유통 고철 가격 역시 톤당 50만 원 선까지 오르며 시장 내 품귀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전기로 전환 급한 韓 철강사, 중장기 부담 증가
철강 원자재 디커플링 흐름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글로벌 주요 기관들은 올해 철광석 가격이 9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시티은행은 올해 평균 철광석 가격을 톤당 85달러 관측했다. 피치(90달러), 골드만삭스(93달러), JP모건·BMI(95달러), SGX 퓨처스(98달러) 등 주요 기관은 일제히 90달러대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고철가격의 경우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정책이 중단되지 않는이상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고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당장의 쇳물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어 단기적 수익성 방어에는 유리하다. 문제는 중장기 경쟁력이다.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해 전기로 전환 속도를 높이고 탄소 저감 철강재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핵심 원료인 고철 가격이 치솟으면서 막대한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국내 철강사들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해외 스크랩 업체 지분을 직접 인수하거나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고철을 대체할 수 있는 직접환원철(HBI) 등 신규 대체 철원 생산기지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고철 기반 철강 비중이 높아질텐데 이대로면 산업 전반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친환경 철강시대에 양질의 고철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확보하느냐가 철강사와 국내 산업의 가격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