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유열 씨의 투병 소식으로도 잘 알려진 ‘폐섬유증’은 폐가 딱딱하게 굳어 기능을 잃어가는 무서운 질환이다. 특히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IPF)'은 평균 기대 수명이 3~5년에 불과해 환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곤 한다. 여기 31년간 자동차 부품 제조업 생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오다 이 병을 마주한 설 선생님이 있다. 10시간의 대수술과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숨 쉬는 기쁨을 찾은 그를 만나 투병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Q. 30년 넘게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시다 갑작스럽게 ‘특발성 폐섬유증(IPF)’ 진단을 받으셨을 때, 심경이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단순히 '수술하면 낫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병에 대해 알아갈수록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폐가 점점 굳어 완치약이 없고, 평균 수명이 3~5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두려움은 말로 다 표현 못 합니다. 30년 넘게 가족을 위해 금속 분진이 가득한 현장에서 일해온 세월이 떠올라 억울하기도 하고 하루하루가 막막했죠."
Q. 폐암 4기 환자분들이나 중증 폐질환 환자분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본인만의 투병 노하우가 있다면요?
"가장 중요한 건 멘탈입니다. 저는 늘 ‘내가 병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병이 나를 따라오게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치료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식단 관리와 더불어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기초 근력’입니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팔다리만 움직일 수 있을 때도 계속 근력 운동을 했어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의지로 조금씩 움직였던 게 나중에 재활 속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와 아이들이 보내준 무조건적인 응원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운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와 수술 과정을 거치셨나요?
"처음엔 폐섬유증 진행을 늦추는 지연제인 ‘오페브(닌테다닙)’와 ‘피레스파’를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약들이 비급여인 경우가 많아 경제적 부담이 상당했죠. 약을 먹어도 숨은 점점 가빠졌고 아파트 3층 높이도 오르기 힘들 만큼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결국 1년 여의 투병 끝에 2022년 4월, 대학병원에서 10시간에 걸친 대대적인 폐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받는 것 자체가 두려웠지만 아내와 가족들의 응원과 사랑 덕분에 지금 이렇게 기적적으로 편하게 숨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고액의 약값과 폐이식 수술비 등 경제적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수입은 끊겼는데 검사비, 입원비, 비급여 약값까지 쏟아붓다 보니 집안 경제가 휘청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제 직업력(제조업 생산직)이 산재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31년간 금속 분진에 노출된 환경을 논리적으로 입증해 주신 덕분에 산재 승인을 받아 보상급여로 치료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습니다.”
설 선생님의 산재 보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노무법인 폐의 정현일 노무사는 환자들에게 '산재는 권리'임을 강조한다. 정현일 노무사는 "설 선생님처럼 30년 이상 자동차 부품 제조업 생산 현장에서 근무하며 금속 분진에 노출된 경우, 이는 명백한 업무 관련성이 있다. 폐섬유증이나 특히 산재 승인 가능성이 가장 높은 폐암 4기 환자분들의 경우, 개인의 기저질환이나 흡연력 때문이라고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산재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일했던 작업 환경에서 어떤 유해 물질(분진, 석면, 흄 등)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를 입증하는 '직업력 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인과관계를 정확히 규명한다면, 치료비(요양급여)는 물론 휴업급여 등을 통해 투병 중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 오로지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정현일 노무사는 “장기간 유해 물질에 노출된 노동자의 질병은 결코 한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져서는 안 된다. 산재 보상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제도적 지원을 받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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