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은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으로 물건은 안 팔리는데,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은 치솟으면서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꽉 막힌 탓이다. 자금 부족을 호소하는 기업 5곳 중 1곳은 마땅한 조달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819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2026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설 대비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은 29.8%에 달했다. '원활하다'는 응답(19.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판매(매출) 부진'을 꼽은 기업이 82.8%(복수응답)로 압도적이었다. 뒤를 이어 원·부자재 가격 상승(44.3%)과 인건비 상승(32.4%)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경기 침체에 비용 부담까지 가중되는 '고물가·저성장'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 여건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조달 여건이 '보통'이거나 '양호'하다는 응답이 85.3%를 차지했고, 은행 대출 시 애로사항이 없다는 응답도 86.3%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대출을 이용하려는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금리(63.4%)'와 '대출한도 부족(38.4%)'을 호소하며 시중 금리 문턱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중소기업들이 설 명절을 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업체당 평균 2억270만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중 평균 2630만 원가량은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기업들은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가장 많은 기업이 '납품대금 조기회수(58.0%)'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겠다고 답했다. 금융기관 차입(42.5%)과 결제 연기(32.9%)가 뒤를 이었다. 우려스러운 점은 '대책 없음'이라고 답한 기업이 18.4%에 달한다는 점이다.
설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는 기업은 46.8%로 절반에 못 미쳤다. 지급 수준은 정액 지급 시 1인당 평균 59.3만 원, 정률 지급 시 기본급의 50% 수준으로 조사됐다. 추가 휴무를 계획 중인 업체는 8.4%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명절 연휴 외에 별도의 휴식 없이 조업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일부 기업은 금융권 조달 여건이 양호함에도 자금 대책을 세우지 못할 만큼 기초 체력이 약해진 상태"라며 "명절 이후 경영 안정을 위해 정책기관과 금융권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과 선제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