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직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9일 "제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지금 현실적 위험으로 코앞에 다가왔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날 KDI에서 열린 제18대 원장 취임식에서 "한국 경제는 지난 30년간 장기 성장률이 5년에 1%포인트씩 또박또박 하락해서 이게 0%대까지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단기적 경기 부양 정책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확인됐다"며 "장기 성장률 추세를 반전시키는 진짜 성장으로 경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획기적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장기 성장률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정책 아젠다를 발굴하고 혁신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선제적으로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KDI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부동산 시장 문제를 비롯한 현안과 관련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에 나설 뜻을 밝혔다. 김 원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한 국가 전략과 기술 진보가 초래할 사회적 충격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교육의 근본적 개혁, 부동산 시장 불안 해법, 관세 충격 대응 방안 등 당면 현안과 관련해서도 과학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정부의 정책을 ‘보완?발전?정밀화’하는 연구를 강화하겠다"며 "새 정부의 ‘기술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 등을 뒷받침하고, 동시에 양극화 완화와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정책에 대한 해법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혁신적·과학적인 정책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정책이 이론과 데이터에 기반해 설계·평가될 수 있도록 과학적 분석에 입각한 연구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민·관·학 정책연구 협력체계 구축, 외국 대학 및 국제기구와의 교류와 공동연구 시스템을 확대할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정책을 분석하는 연구기관을 넘어 세계 정책 아이디어를 선도하는‘K-policy’의 요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한 김 원장은 1960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에서는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이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빙연구원, 국제통화기금(IMF) 선임 이코노미스트,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한화생명보험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 김 원장은 장기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한다는 이른바 ‘김세직 법칙’을 제시해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