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도세 중과 종료와 불로소득의 종언
2?026년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다. 5월 10일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될 최고 실효세율은 82.5%다. 압도적인 숫자다. 시장 일각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동안 우리 도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했는가.
주택은 시민 일상을 지탱하는 바닥이다. 즉, 상품이기 전에 인권이다. 82.5%라는 숫자를 두고 어떤 이는 징벌이라고 비난한다. 틀렸다. 이것은 징벌이 아니라 정상화다. 소수의 제한 없는 투기가 다수의 주거 안정을 해친다면, 그 자유는 제한되어야 한다. 그것이 공동체가 합의한 민주주의의 원리다. 주택을 짓는 것이 물리적 공간을 늘리는 일이라면, 세금을 지키는 것은 그 공간 안에 공평함을 채워 넣는 일이다.?
82.5%의 벽: 이익의 사회적 환원
이 숫자는 집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이다. 양도차익 8할을 환수하는 것은 가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불로소득은 공동체 자산을 가로챈 결과다. 소수가 지대 추구에 몰두할 때 그럴 수 없었던 사람들 삶은 무너졌다. 82.5%의 세율은 이 왜곡된 부의 흐름을 바로잡는 댐이다. 사적 이익이 공공의 가치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것은 시장 파괴가 아니라 공정한 시장을 위한 재설계다. 자산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게 유도하는 조치다.
도시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비싼 아파트 숲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민들이 쫓겨날 걱정 없이 오늘을 살 수 있는 안정에서 나온다. 그 안정이 있어야 도전도 하고, 소비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그게 경제를 살리는 진짜 길이다.?
주거 패러다임의 전환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매물 잠김을 우려한다. 세금이 무서워 팔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는 여전히 주택을 투기적 상품으로 보는 시각이다. 일시적인 거래 위축은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진통이다. 다주택자가 필사적으로 버티더라도 더 이상 주택이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판은 바뀔 수 있다. 82.5%의 벽 앞에서 투기적 수요는 결국 고사한다. 아니, 고사해야만 한다. 그 빈자리는 실거주자와 공공 주택이 채워야 하고, 상품 순환이 멈춘 자리에는 삶의 순환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는 집을 소유 대상에서 거주 권리로 돌려놓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와 주거 권리의 정치
?이번 정책을 지방선거와 엮어서 판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 타이밍은 정치적 승부수가 아니다. 부동산 정책은 표심이 아니라 가치를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 없는 서민과 청년들에게 주택은 닿을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 다주택자에 대한 엄격한 규제 시그널은 이들에게 국가가 삶의 바닥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사회 전체의 갈등 비용을 줄이는 투자다. 이번 조치는 선거용 카드가 아니라 장기적 균형을 잡는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
공공성이 담보된 도시의 힘
필자는 진영이라는 낡은 틀에 갇혀 제 논리에 함몰된 좌파도, 우파도, 중도도 아니다. 무엇도 대변하지 않는다. 강한 규제는 시장을 방해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독점이 다른 누군가의 삶을 위협할 때, 국가가 개입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고, 그걸 하지 않는 국가는 직무 유기다. 정책은 자산가의 지갑이 아니라, 민생의 가장 낮은 바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것은 색깔 논리가 아니고 상식이다.
82.5%의 결단은 우리 도시가 돈의 공간에서 사람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시작이다.
더 이상 집이 고통의 이유가 되지 않는 세상. 그 세상으로 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명재환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