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산업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기업 주가가 급등하자 최근 한국 증시 시가총액은 독일 증시를 추월했다. 반도체는 흔들리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격 등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0%에 그쳤지만 올해는 반도체 수출 덕분에 2%대 회복이 예상된다. 씨티은행은 최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4%로 높였다. 메모리 호황, 지금은 좋지만
메모리 반도체산업의 초호황은 지금은 기회이지만 곧 위기가 될 수 있다. 가격 폭등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중국 메모리업계가 체력을 키우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역대 최대 규모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델, HP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도 CXMT D램을 쓰기 위해 검증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국 낸드산업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지속적 투자가 가능하다”며 “D램도 가까운 시일 안에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디스플레이산업에서 중국에 따라잡힌 일이 메모리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7년간 점유율 1위를 지킨 한국은 2021년 중국에 추월당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 출하량은 지난해 50%를 넘어섰다.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빼앗긴 한국은 TV에서도 밀리고 있다. TCL 등 중국 TV업계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한국을 추월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TV 사업에서 손실을 낸 이유다.
한국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운 사람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은 1974년 사재를 털어 우리나라 1호 반도체 회사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1978년 삼성반도체로 이름을 바꿨다. 그는 “수많은 기계를 뜯어봤는데 그 안에 하나같이 반도체가 있었다”며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을 설득했다. 삼성은 1983년 반도체 투자를 본격 선언했다.
이건희의 집착, 우리의 집착 돼야
그런 이건희 회장을 가까이에서 취재한 적이 있다. 이건희 회장이 2011년 비상 경영을 선언해 거의 매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던 시기다. 당시에도 이건희 회장은 새로운 먹거리 개발에 모든 힘을 기울였다. 그는 신규 사업거리를 보고하던 사장들에게 세 가지를 물어봤다고 한다. 그 사업을 하면 1등이 될 수 있는가, 언제 1등이 될 수 있는가, 내가 도와줄 일은 무엇인가였다고 한다. 이 세 가지 질문엔 ‘1등주의’ ‘초격차’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집착, 1등이 될 사업에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묻어 있다. 삼성은 당시 5대 신수종사업(태양광, LED,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의료기기)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중 자동차 배터리와 바이오 사업은 삼성의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한국은 계속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건희 회장처럼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삼성뿐 아니라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