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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리는 가운데 한국이 최선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가별 MSCI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한국 ETF가 자금 순유입 1위로 올라섰다. 미국에 집중됐던 유동성이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약달러 영향으로 한국 등 신흥국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ETF에 2.5조원 뭉칫돈

6일 ETF체크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MSCI 한국’(EWY)에 올해 들어 17억2690만달러(약 2조5300억원)가 순유입됐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형 ETF 3398개 중 이 기간 순유입 18위에 올랐다. 지난달에만 16억6000만달러가 순유입돼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WY는 국가별 MSCI지수 추종 ETF 중 올해 순유입액이 압도적 1위다. ‘아이셰어즈 MSCI 브라질’(EWZ)이 11억640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최선호 신흥국 증시로 꼽히던 대만 증시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MSCI 대만’(EWT)은 순유입액 2억1720만달러에 그쳤고, ‘아이셰어즈 MSCI 인도’(INDA)에선 321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국가별 MSCI지수 ETF는 개별 국가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패시브 상품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외국 증시에 직접 돈을 넣기 어려운 투자자들이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MSCI ETF는 글로벌 투자 심리를 잘 보여주는 지표”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를 매수하고 싶어 하는 해외 개인들 사이에서 한국 ETF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ETF 통해 자금 유입 기대
증권가에선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신흥국 주식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돼서다. 달러 약세와 미국·유럽 간 지정학적 긴장 구조에서 신흥국이 구조적으로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JP모간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순유입된 금액은 390억달러로, 월별 기준으로 2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형 펀드에는 57억달러가 순유입되는 데 그쳤다. JP모간은 신흥국 증시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인공지능(AI) 열풍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이익 개선세가 뚜렷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천피’ 시대에도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22배), 중국(13배), 일본(16배) 등에 비해 여전히 낮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등 월가 투자은행이 한국을 최선호 신흥국 증시 리스트에 올린 배경이다.
한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MSCI 신흥국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점도 호재라는 분석이다. MSCI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글로벌 주가지수인 만큼 한국 비중이 커지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을 통해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15.65%로, 인도(13.34%)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8%대에 그쳤으나 두 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종목별 비중으로는 삼성전자가 4.74%로 TSMC(12.4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3.1%로 5위였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