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에서 연명의료 중단자의 장기기증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한국판 DCD(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제)'의 도입이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가운데 법안이 수치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DCD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장기이식법 개정안과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6일 발표했다. 법안 핵심은 장기기증 대상자에 연명의료 중단자를 포함하고, 연명의료 중단 이행 전 기증 동의, 기증자 검사, 이식대상자 선정 등 절차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국내서 장기기증은 주로 뇌사자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순환정지 후 사망 시각을 '자발적 순환과 호흡이 불가역적으로 정지한 후 5분이 경과한 시점'으로 명확히 규정해 제도적 혼선을 방지했다는 설명이다. 서 의원은 "뇌사자 장기기증만 기다리는 구조 속에서 환자들이 이식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사망하는 일이 반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해외 선진국처럼 DCD 제도를 도입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증가 추세에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020년 2191명에서 2024년 3096명으로 약 4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뇌사 기증자는 2020년 478명에서 2024년 397명으로 감소했다.
DCD는 미국·영국·스페인 등 30여 개국에서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이들 국가에서 DCD 기증자는 전체 장기기증자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내선 DCD 제도가 연명의료에 부정적 인식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 등이 잇따르며 논란이 있었다. 때문에 21대 국회에선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법안을 발의했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22대 들어 법안을 다시 내놓기도 했다.
최근 정부가 DCD 도입을 공언한 만큼 법안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을 통해 DCD 등 장기 기증방식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 의원은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선택이 제도로 연결돼야 한다"며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함께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