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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오빠 보고 있지?"…세조 무덤에 쏟아진 황당 '별점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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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오빠 보고 있지?"…세조 무덤에 쏟아진 황당 '별점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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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과 사는 남자' 보고 왔습니다. 단종 인생 뺏어가서 당연하다는 듯 살지마." 조카인 단종을 끌어내리고 왕위에 오른 세조의 능 '광릉'이 별점 테러를 당하자 카카오맵이 결국 방문 후기를 적을 수 있는 리뷰창을 폐쇄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개봉, 카맵선 광릉 리뷰 폐쇄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누적 관객 수 23만9281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에 올랐다. 이 영화가 단종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가슴 아픈 사연에 공감한 누리꾼들이 세조를 겨냥한 비판 여론을 광릉에 쏟아낸 것이다.

    카카오맵 사용자들은 광릉 장소 리뷰를 남기는 공간에 "단종 오빠 보고 있지"라거나 "저승에서 이방원한테 철퇴나 맞아라" 등의 비난 섞인 반응을 남겼다. 리뷰를 다는 데 그치지 않고 '별점 테러'도 이어졌다. 특정 장소에 대한 선호도 등을 나타내는 카카오맵 별점은 한때 1.5점에 머물렀다. 개봉에 앞서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별점 테러를 가한 결과였다.


    광릉 리뷰창은 결국 임시 폐쇄됐다. 카카오맵 운영정책에 따라 '장소 세이프 모드'가 발동되면서 리뷰를 달 수 없게 됐다. 이 모드는 장소와 관련 없는 후기가 반복적으로 등록될 경우 작동된다. 서비스 신뢰성과 품질 유지를 위해 후기를 달 수 없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해제된다. 해제 이후에도 유사한 후기가 이어지면 다시 장소 세이프 모드가 발동될 수 있다. 카카오는 장소 세이프 모드가 발동된 정확한 시점을 공개하지 않고, 이 모드가 해제되는 기간도 공개하지 않았다.


    장릉 후기창엔 '응원 리뷰' 몰려…집단 서사, 지도로 이동
    반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비운의 왕 단종의 능 '장릉' 리뷰창엔 응원글이 올라오고 있다. 영화를 보고 왔다는 한 카카오맵 사용자는 "단종 전하, 후손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으니 그곳에선 세종·문종 전하, 금성대군을 비롯해 아끼는 벗들과 행복만 하시길"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이 외에도 "(이)홍위(단종)님 행복해줘요", "영화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기억됐으면 한다", "단종 오빠는 좋은 것만 봐야 해, 여기 후기들 꼭 읽어봐" 등의 리뷰가 이어졌다.



    장릉도 역시 영화 관람객들이 남긴 장소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곳엔 장소 세이프 모드가 발동되지 않았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영화·드라마 등으로 확산된 역사적 서사가 특정 장소에 관한 리뷰로 옮겨붙는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기를 끈 콘텐츠나 커뮤니티에서 관심이 쏠린 밈을 통해 촉발된 집단 서사가 지도 애플리케이션(앱) 내 리뷰로 이어지는 흐름은 최근 들어 눈에 띈다.


    예컨대 선조의 능인 '목릉'은 이날 기준 카카오맵 별점이 1.1점에 불과하다. 임진왜란이나 이순신 장군 등을 다룬 콘텐츠가 공개될 때면 목릉 리뷰창으로 비난이 집중돼 왔다.

    "방문 꺼려져"…관련 없는 사업주 '봉변' 우려도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회적 사안과 관련한 장소도 갑작스러운 별점 테러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업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내란버거' 밈으로 화제가 됐던 경기도 안산의 한 롯데리아 매장이다. 이 매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이틀 전 군 고위관계자들이 사전 모임을 가진 장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매장 카카오맵 리뷰창엔 "계엄모의 하나로 설명되는 곳", "계엄군도 잊지 못한 그 맛", "안산 놀러온 김에 계엄 모의가 이뤄진 역사적 장소에서 버거세트 먹었다"는 등의 반응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일부 카카오맵 사용자들 사이에선 계엄 사전 모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부정적으로 다가와 "방문하기 꺼려진다"는 반응도 나왔다. 무관한 매장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대목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맵 후기를 달 때 '인증마크'와 '결제 인증' 등을 표시해 정보 신뢰성을 가늠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상태다.

    구글 지도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다. 과거 일본 후쿠오카의 한 초밥집을 찾았던 한국인 여행객이 '와사비 테러'를 당했다고 호소하자 국내 누리꾼들이 구글 지도 리뷰를 활용해 해당 매장에 '별점 테러'를 가한 것. 당시 이 식당 별점은 1점대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방문 후기가 아니라 특정 사건이나 서사에 관한 분노가 지도 리뷰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광릉' 사례와 유사하다.

    구글도 지명 변경으로 '1점 테러'…"주제 벗어나 삭제"
    해외 누리꾼들도 다르지 않다.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생하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팔레스타인 빵집 겸 식당에 '1점 리뷰'가 쏟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구글이 자사 지도에 멕시코만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하자 해당 지명에도 이를 비판하는 부정 리뷰들이 줄을 이었다. 구글은 해당 리뷰들을 차단했다. 당시 구글 대변인은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사용자의 직접적인 경험과 관련이 없는 게시물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정기적으로 해당 사이트에 보호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구글은) 정보의 정확성을 보장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 콘텐츠를 제거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 국내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네이버와 정책이 다른 이유는 실제 방문하지 않더라도 해당 장소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맵이 장소 세이프 모드를 운영하고 이를 발동했다는 점에 비춰 보면 이 같은 현상을 마냥 누리꾼들의 즐길거리로 남겨둘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음(Daum)에서 세이프봇을 운영하는 것처럼 카카오맵에서도 관련 없는 후기가 누적해 달릴 경우에 자동 차단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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