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침체기를 겪었던 경차가 최근 들어 다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수요가 늘어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진 탓에 일각에선 전시돼 있는 자동차를 계약하는 현상도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기아 레이 가솔린 신차를 구매하려면 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레이EV의 납기 대기 기간은 10개월, 모닝 가솔린은 3.5개월이다.
현대차 경차 캐스퍼는 가솔린 1.0 터보 액티브는 19개월, 가솔린 1.0은 17개월, 캐스퍼 밴을 선택하면 여기에 5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 캐스퍼 밴을 구매하겠다고 계약하면 약 2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본이 2년에 달한다. 인스퍼레이션 24개월, 크로스 22개월, 프리미엄 25개월에 여기에 투톤루프 및 매트칼라를 선택하면 5개월 더 기다려야 한다.
캐스퍼의 경우 기본 2년을 기다려야 하는 터라 당장 차가 필요한 소비자들은 전시장에 전시돼 있는 차를 구매하거나 특별기획전 등을 노리는 분위기다. 이 경우 모두 전시차가 있는 전시 매장과 연락해 차를 구매하거나, 시시때때로 특별기획전이 열리지는 않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구조여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빠르게 차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선호되고 있다. 특별기획전은 미리 만들어놓은 '재고차'를 판매하는 개념인데 내놓는 즉시 팔리는 분위기다.

경제 불황 이어지며 1000만원대 경차 주목
사실 그동안 경차는 판매량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차 판매량은 전년(2024년) 대비 24.1% 감소한 7만4239대에 그쳐 시장에서 외면받는 분위기였다.하지만 올해 1월 신차등록 차급별 대수를 보면 소형, 중형, 대형 등 모든 차급에서 전월 대비 판매량이 줄어드는 와중에 경차만 유일하게 전월(2025년 12월) 대비 15.1% 늘었다. 전년 동월(2024년 1월) 대비로는 10.9% 증가해 올 1월에만 총 8211대 팔렸다.
경차가 다시 인기를 얻는 이유는 역시 가격 때문이다. 신차 평균 가격이 5050만원까지 올라가면서 1000만원대~2000만원대 초반 가격을 유지하는 경차가 재조명되는 분위기. 취득세 감면, 개별소비세 면제, 경차 유류세 환급,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 주차장 50% 할인 등 경차 혜택도 쏠쏠하다.
레이 1.0 가솔린 모델의 트렌디 트림의 시작가는 1490만원이다. 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시작가도 1903만원으로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캐스퍼는 시작가 기준 1.0 가솔린 스마트 트림 1493만원, 디 에센결 1771만원이며 최상위 트림이 2017만원이다. 모닝 1.0 가솔린 모델은 최상위 트림 시그니처도 1655만원으로 2000만원 이하다. 레이EV는 1000만원대 후반에,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2000만원대 초반에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

이처럼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공급을 확 늘릴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로 위탁 생산의 한계가 거론되기도 한다. 캐스퍼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레이와 모닝은 동희오토에서 위탁 생산되는 구조여서 생산량을 자유자재로 늘리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캐스퍼는 유럽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 영향도 있다.
경차의 신차 공급 부족은 중고차 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근의 중고차 서비스 '당근중고차'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 경차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3% 오른 약 476만원을 기록했다. 중고 수요가 몰리면서 중고차 가격이 뛴 것이다. 중고 경차 평균 거래 완료 기간도 전체 차종 평균(12.4일)보다 짧은 7일로 기록됐다.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중고 경차 매물이 귀해지면서 잡는 즉시 가져가는 분위기가 반영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가성비 차량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 경차, 소형차에 쏠리는 현상이 대표적인데 특히 올해는 소형차에 대한 수요가 연초부터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