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순직 후 응급의료체계 개선이 사회적 과제로 부상했지만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예전엔 ‘응급실 과밀화’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과밀을 넘어 ‘응급실 뺑뺑이’로 더 나빠졌다. ‘윤한덕상’ 초대 수상자이기도 한 정 장관의 의지에 기대가 크지만 ‘과연 잘될까’하는 의구심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복지부는 6년 전 윤 센터장 1주기 때부터 ‘응급의료체계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얼마 전에도 호흡곤란을 겪던 부산 열 살 소녀가 응급실 12곳을 전전하다가 사망했다. 응급실 7곳에서 이송 불가 통보를 받은 충주 임신부는 구급차에서 출산했다.
의료계가 의사 확충에 결사반대하고 정부도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완화’라는 핵심 문제를 외면하는 새 벌어진 일들이다. 전 정부 시절 속출하는 ‘뺑뺑이’에 대처해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려고 하자 의료계는 파업으로 굴복시켰다. 정부도 의사 수를 늘리면 될 것이라며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혼란을 가중시켰다. 의사 10명 중 9명이 ‘사법리스크 탓에 방어 진료를 한 적이 있다’고 답하는 상황에서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서 응급실·필수·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
관건은 소방-병원, 병원-병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이다. 하지만 정부·의료계·입법부 간은 물론이고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해법 도출이 쉽지 않다. 실시간 병상·인력 연계, 중증 응급환자 의무 수용과 형사책임 감면, 필수의료 인센티브 강화 등을 둘러싼 허심탄회한 대화 분위기부터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