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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위대한 개츠비'를 합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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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위대한 개츠비'를 합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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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소년이 있다. 살아 남기 위해 열세 살부터 1년에 364일 동안 신문 배달을 하고 학교에서 마약까지 팔았다. 그랬던 그가 영국의 월스트리트 '더 시티'의 씨티은행에 입성해 하루 1조달러 규모 거래를 성사시키는 트레이더가 됐다. 불과 25세에 최연소 백만장자가 된다.




    최근 국내 출간된 <트레이딩 게임>은 저자 게리 스티븐슨이 어떻게 가난에서 탈출해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는지 그 과정을 영화처럼 그린다. 거기서 그쳤다면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위대한 개츠비'가 만나 탄생한 책"이라는 외신의 평을 듣진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의 차별점은 그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를 완전히 붕괴시켰다가 재설계했다는 데 있다. 스티븐슨은 런던 정치경제대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해에 금융업계에 입성했다. 다른 트레이더들과 달리 그는 2011년 녹색 유로달러 선물(역외 예치된 미국 달러 금리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선물 계약 중 만기가 2~3년 남은 상품)을 대거 사들였다. 가난과 불평등을 몸소 경험하며 자란 그는 시장의 낙관론을 믿지 않고 경기 회복도, 금리 정상화도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금융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전망에 베팅했다. 그의 예측이 현실화하면서 그는 1년 성과급으로 아버지가 20년간 우편집배원로 일하며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손에 쥐었다.


    백만장자가 된 이후 스티븐슨의 내면은 무너져 내렸다. 그는 투자할 때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투자하고 있지? 나는 지금 내 아이들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거네. 근데 내 예측이 맞다면 어떻게 될까? 내 아이들은 어떤 세상에 살게 될까?' 동료 트레이더들은 마약에 쩌들고 금융계를 떠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2014년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준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경제를 회복시킬 유일한 길이라 확신하고 트레이더를 그만뒀다. 퇴사 과정에서 씨티은행과 법정다툼까지 벌였다. 이후 옥스퍼드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고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현실 경제를 알기 쉽게 가르치는 활동에 나서고 있다.

    자본주의와 싸우자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금융계를 뒤집어 엎는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동경하거나 기대고 있는 금융 시스템이란 것이 실상은 얼마나 허술하고 광기에 가득 차 있는지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고백할 뿐이다. 저자는 책 면지에 이런 헌사를 적었다. "백만장자를 꿈꾸는 춥고 배고픈 아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백만장자를 꿈꾸었고, 이제 그 아이들을 위해 나의 여정을 글로 옮겼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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