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한국경제신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임윤찬은 지난해 4월 25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선보인 단독 공연의 실황 앨범을 오는 6일 내놓는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카네기홀에서 연 독주회로 앨범으로 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날 그날의 골드베르크를 찾았다”
2004년생인 임윤찬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20대 피아니스트다. 2022년 미국 최고 권위 음악 콩쿠르인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뒤 보스턴 심포니, 런던 심포니, BBC 심포니,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악단과 협연했다. 뉴욕, 파리, 도쿄 등 대도시를 돌며 선보인 독주회로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쌓았다. 2023년 음반기획사인 데카 클래식과 전속 계약을 맺고 이번에 네 번째 음반을 냈다.
새 앨범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이 담겼다. 첫 곡인 아리아의 주제 멜로디를 뒤이어 나오는 곡들이 다채롭게 변주하는 구성이다. 이 작품은 바로크 시대 건반악기인 쳄발로용으로 작곡됐지만 글렌 굴드나 로잘린 투렉과 같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면서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피아노 변주곡이 됐다. 임윤찬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해 “음악으로 쓴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이라며 “아리아로 시작해 30개의 인간적인 노래가 나오고 마지막에 다시 아리아가 나오는 곡의 구성에서 그 여정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연주 순간 오로지 음악에만 몰입한다. 카네기홀에서 연주할 때도 “음악에 몰두하던 상태라 사실 제 내면의 음악 이외 요소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 그는 2024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했다. 공연마다 곡 해석을 달리하는 임윤찬의 연주를 듣고자 여러 공연장을 돌며 수차례 관람하는 팬들이 나오기도 했다. 임윤찬은 “매일 아침 또 다른 음악을 떠올리며 일어나는 것처럼 매일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습하면서 새롭게 찾아 나가고, 깎고 또다시 깎는 과정을 거쳤다”며 “이 과정을 통해 그날그날의 골드베르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꿈에선 디아벨리 변주곡 연주
음악에 대한 임윤찬의 사랑은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너무 많아 다 쓰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답하며 자신의 꿈 얘기를 했다. “며칠 전 꿈에서 리사이틀을 했는데 1부에서 쇤베르크의 3개의 피아노 소품집(작품번호 11), 바흐의 파르티타 6번(작품번호 830)을 연주하고 2부에서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을 연주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가 푹 빠져 있는 피아노 작품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임윤찬은 과거 인터뷰에서 “음악을 위해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던 피아니스트 유리 에고로프의 말을 인용했다. 음악에 헌신하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표현이었다. 에고로프는 1954년 러시아 카잔에서 태어나 서구권에서 활동하다가 서른넷이란 젊은 나이에 타계한 음악가다. 임윤찬은 “에고로프는 끝까지 투쟁해서 결국 진리를 찾은 위대한 사람”이라며 이번 인터뷰에서 설명을 덧붙였다.
“죽기 전 그의 마지막 음악을 들어보면 끝까지 자기 음악을 매일 찾아 나가다가 결국 어느 한 극단에 있는 음악이 아니라 중심에 있는 자신의 것을 찾아서 연주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이런 걸 보면 위대한 음악가 앞에 ‘이 사람이 조금만 더 살았더라면’이란 말이 붙는 건 성립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 사람은 매일 진리를 찾고자 전력을 다하다가 세상을 떠난 거니까요.” 임윤찬은 오는 4월 24일 카네기홀에서 다시 리사이틀을 연다. 이번엔 쇼팽과 슈만의 환상곡,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