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아파트는 타인과 더불어 사는 공간…공동체 안전·위생 위해 제한 필요

반려동물 사육 제한은 공동체의 안전과 위생을 보장하고, 주거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런 규제는 반려동물 배설물이나 소음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수단이다. 아파트 단지 내 화단 등에서 이뤄지는 반려동물의 배변 활동은 위생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악취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반려동물 주인들이 배변 등을 비닐봉지에 싸서 갖고 간다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발견되는 배변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심각한 위생 문제를 일으키고, 다른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여기에 아파트 이미지까지 나빠진다.
충남 예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반려견 배설물 문제로 산책 금지를 논의했다고 한다. 자신의 집 안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문제 삼기 힘들지만, 공용공간에서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으면 제한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단독주택에 거주하면서 마당에 반려동물을 풀어놓는 것에 간섭하면 안 되겠지만, 아파트는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파트에 거주하면 공동체 유지를 위한 일정 부분의 자유 제한은 감수해야 한다.
인천의 특정 오피스텔에서는 고양이 사육 제한이 논란이 됐는데, 이 역시 안전을 위한 조치로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집에 혼자 남아 있는 고양이가 가스 관련 시설을 잘못 건드려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화재 위험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사육을 금지하는 것은 공익을 위한 규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반려동물 관리가 잘 안 돼 불이 나면 그 피해는 전체 입주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사례를 보면 주거지역 내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배설물 처리 등 관리 부주의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등 강한 제재가 가해지기도 한다.
[반대] 개인의 권리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 필요
반려동물 사육을 제한하는 것은 엄연히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지만, 법적으로는 개인의 소유물이기도 하다. 사육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해줘야 한다. 반려동물 사육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공동체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사유지 보호라는 논리도 중요하다. 아파트 단지는 물론 공용공간이지만, 개별 가구는 개인 공간이다. 이곳에서 반려동물을 키울지 결정하는 것은 집주인이다. 물론 가구 밖으로 과도한 소음이나 냄새가 난다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반려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것은 사적 공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일 뿐이다. 배설물 처리나 소음 문제는 반려동물 교육으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집주인에게 이런 의무를 부여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선이 적당하다. 반려동물의 산책을 못 하게 하거나 아예 키우지 말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법적 관점에서도 반려동물 사육은 합법적이며, 단지 내에서 반려동물과 같이 산책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다. 지나친 우려와 선입견으로 반려동물 사육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반려동물 사육 여부를 공동체의 다수결논리로 결정하겠다는 발상도 이해할 수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크게 늘긴 했지만, 단지 전체로 보면 아직 소수일 수밖에 없다. 아파트 거주민의 뜻이라며 사육 제한 등 규제를 가하는 것은 다수의 횡포일 뿐이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은 상호 이해와 배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만약 일률적 규제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사회적 갈등과 비용만 발생할 뿐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규제가 전국적으로 확산한다면 이는 해외 토픽감으로 나라 망신 수준의 눈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생각하기 - 상호 존중과 합리적 규제…중용의 미덕 찾아야
반려동물 사육 제한에 대한 찬반은 공공안전과 개인 자유가 충돌하는 논란으로 볼 수 있다. 양측 모두 그 나름의 타당한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무조건적 규제나 허용은 모두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합리적 규제와 제도 설계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공동주택관리법」과 「동물보호법」을 기반으로 공용공간 이용 기준, 책임 범위, 위반 시 조치 등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아파트 내 반려동물 사육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펫티켓 강화와 교육을 통해 문제의 소지를 없애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반려동물 전용 산책로, 놀이터 등을 조성하는 등 찬반 양측이 각기 만족할 수 있는 공간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도 공공 통행로 등 반려동물 시설 정비를 지원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주민 공감대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