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벤처종합포털과 성장금융 출자사업 공고에 따르면 2014~2025년 정부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출자사업의 GP로 한 번이라도 선정된 경험이 있는 투자사는 425곳이었다. 가장 많이 출자사업에 선정된 GP는 KB인베스트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태펀드 12번, 성장금융 9번 등 총 21회 반복 선정됐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총 20회), 케이앤투자파트너스(총 17회), 유니온투자파트너스(총 16회), SBI인베스트먼트(총 16회) 순이었다. 총 15회 선정된 신한벤처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도 정부펀드 출자 GP 상위권에 올랐다. 모태펀드는 Co-GP 펀드 대표 운용사를, 성장금융은 출자에 선정된 Co-GP를 기준으로 숫자를 분석했다.
한 번 이상 사업에 선정된 적이 있는 GP 425곳 중 상위 5%(22개사)가 전체 정부 벤처펀드 출자 사업 건수의 20.04%를 가져갔다. 소수의 투자사가 반복해 정부 사업을 따고 있다는 얘기다. 상위 20%(86개사)의 선정 비율은 절반(53.72%)을 넘었다. 하위 50%(214개사)가 딴 사업 건수는 15.98%에 불과했다. 회수율, 내부수익률(IRR), 엑시트(IPO·M&A) 횟수 같은 정량 지표가 GP를 선정하는 기준이 되면서 기존에 출자를 여러 번 받은 투자사들이 이를 레퍼런스 삼아 반복 선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4년 출범한 성장금융 성장사다리펀드만 보면 국내 최대 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총 7회로 가장 많이 선정됐다. 운용자본(AUM)이 많은 대형 VC만 지속적으로 주요 펀드 출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소형 VC 대표는 "정부가 벤처펀드를 출자할 때 면피를 위해 수익률이라는 정량적 지표만 강조하다 보니 받는 데만 반복해 받아가고 VC들도 IPO를 통한 엑시트 이후 기업 성장은 신경 쓰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출자 선정을 위해 VC들이 정량적인 성과에만 신경 쓰면서 벤처투자시장과 공모시장에서 동시에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VC는 초기 투자 대신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리IPO 기업 투자에만 집중하고 LP 심사역들도 성과 보상을 위해 투자기간이 짧은 것에만 돈을 넣으려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VC가 주도한 상장 후 주가가 폭락하는 사례가 많은 건 단기 수익률만 노려서 우선 상장부터 시키려는 전략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상장시장이 VC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떠나는 ‘엑시트 통로’로 변질되면서 상장 이후 글로벌 진출 등 추가 성장 전략이 실행되지 않고,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형 VC 관계자는 "GP는 다음 출자를 위한 짧은 회수 실적 때문에 상장 직전 딜에만 집중하고 중장기적 성장 전략 없이 상장부터 시키면서 모험자본 시장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출자 펀드의 정량평가 기준이 VC 등 시장 참여자들의 목표함수를 단기로 바꾸는 게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