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전방위 부실을 초래한 무궁화신탁 사태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SK증권의 이례적인 무궁화신탁 주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사모펀드(PEF) 지배구조를 둘러싼 대가성 거래도 살펴볼 계획이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조사국은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의 잇따른 무자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불거진 코스닥시장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해 왔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은 무궁화신탁 담보대출로 1300억원대 부실을 떠안은 SK증권도 검사할 예정이다. 검사2국과 3국이 SK증권을 둘러싼 바터 거래 의혹의 내부통제 및 PEF 관련 적정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업계는 금감원 조사가 ‘금융 카르텔’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 회장과 공생 관계를 유지해 온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 PEF도 도마 위에 올랐다. 키스톤PE는 오 회장의 무궁화신탁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는 대출채권을 포트폴리오 기업을 통해 서로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인 아시아경제는 관련 후순위채 100억원을 떠안았다가 전액 손실을 볼 상황에 놓였다.
금감원이 뒤늦게 대응에 나서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스톤PE, 무궁화신탁 후순위채…인수한 캐피털사에서 상장사로
담보 부실에 100억원 '휴지조각'
담보 부실에 100억원 '휴지조각'

무궁화신탁과 SK증권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금융 거래에는 수많은 사모펀드(PEF)가 등장한다.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은 무자본 인수합병(M&A)에 나설 때 PEF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SK증권도 여러 PEF와 거래하면서 김신 SKS PE 부회장의 PEF를 통한 1인 지배구조를 뒷받침해 왔다.
중소 PEF가 변칙적으로 악용되는 일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금융회사 출자를 받은 뒤 펀드 자금으로 우회 지원하는 식으로 심각한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자본 M&A의 파트너로 나서주거나 ‘짬짜미 거래’를 물밑 지원하는 일도 잦다. PEF가 인수한 기업을 앞세워 자금을 돌려막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상장기업에 무궁화신탁 부실 떠넘겨
이번 사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PEF는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다. 키스톤PE는 2023년 6월 오 회장의 자금 조달을 도와줬다. SK증권이 주선한 오 회장 무궁화신탁 주식담보대출 관련 후순위채 100억원어치를 사준 것이다. 2021년 펀드로 인수한 A캐피탈(옛 JT캐피탈)을 통해서였다.하지만 두 달 후인 8월 이 1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코스닥 상장기업인 아시아경제에 양도했다. 아시아경제도 키스톤PE가 인수한 회사다. 현재 후순위채는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아시아경제로 넘어간 뒤 석 달 만에 무궁화신탁 주식담보대출엔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이 발생했다. 오 회장의 자금 조달을 도우려고 PEF 포트폴리오 회사끼리 돌려막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키스톤PE는 무궁화신탁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식으로 3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키스톤PE 관계자는 “채권을 넘길 당시에는 부실한 채권이 아니었다”며 “A캐피탈은 아시아경제 계열이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키스톤PE는 오 회장의 오랜 파트너다. 무궁화신탁은 키스톤PE 펀드에 자금을 태워 2017년 현대자산운용을 인수하기도 했다.
키스톤PE는 SK증권 대주주인 J&W에 자금을 댄 한국토지신탁과도 한배를 타고 있다. 한토신은 키스톤PE가 조성한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동부건설을 인수했다. 부동산신탁사는 건설회사 경영권을 직접 인수할 수 없지만 키스톤PE를 활용해 이를 우회했다. 오 회장은 무궁화신탁 인수 초기 키스톤PE뿐 아니라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노앤파트너스 등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펀드’처럼 활용하다가 무궁화프라이빗에쿼티와 천지인엠파트너스라는 PEF 운용사를 세워 직접 기업사냥을 했다.
◇중소 PEF 급증
SK증권도 중소 PEF 운용사에 자금을 출자하고, PEF를 수족처럼 부렸다. 로드인베스트먼트가 대표적이다. 로드인베스트먼트는 SK증권에 트리니티자산운용을 매각하고, 매각 자금을 SK증권의 지배 펀드인 J&W PEF에 출자한 정진근 씨 등이 설립한 운용사다. 로드인베스트먼트는 SK증권 자금으로 조성한 펀드로 2021년 99억원 규모의 비앤비코리아 전환사채(CB)를 인수하기도 했다. 비앤비코리아는 SK증권 자회사인 SKS PE가 인수한 회사다.중소 PEF 운용사들이 변칙 금융에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펀드 출자자에 목마른 중소형 PEF의 자금줄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펀드 출자자(LP)가 운용사(GP)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에선 LP가 GP 운용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내 PEF 운용사 437곳 가운데 소형사(약정액 1000억원 미만)는 242곳(55.4%)에 달한다. 운용사를 직접 세워 사적인 우회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MBK파트너스를 때리는 데 몰두하고, 레버리지 규제 등 본질에서 어긋난 규제 만들기에 집중하는 사이 중소형 PEF가 변칙 금융에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노경목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