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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측으로, 의료의 중심이 이동하다 [삼정KPMG CFO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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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측으로, 의료의 중심이 이동하다 [삼정KPMG CFO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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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1월 28일 14: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명의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별명을 얻을 만큼 당대 최고의 의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늘 ‘하급 의사’라고 불렀다. 집안에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의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 형제 중 막내인 편작은 큰형을 병이 생기기도 전에 얼굴빛과 기운의 미묘한 변화를 읽어 병의 싹을 잘라내는 상급 의사로 평가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의 위험을 미리 차단하는 상급의 의술을 펼친다는 것이다. 둘째형에 대해서는 병이 막 시작될 무렵의 미세한 신호를 놓치지 않고 치료해 병이 깊어지지 않도록 막아내므로, 자신보다 몇 수 높은 중급 의사라 칭했다.

    반면에 자신은 병이 깊어진 뒤에야 수술과 약으로 치료에 나서는 하급 의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병을 치료를 하는 자신을 더 높이 평가하지만, 진짜 명의는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두 형들이라는 것이다. 치료보다 예방이 더 높은 의술이라는 그의 통찰은 지금 들어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약 2400년 전 철학이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나아가 ‘예측의료(Predictive Healthcare)’의 방향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의료는 이제 증상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관리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서도 분명히 확인된다.

    지난 1월 9일 막을 내린 CES 2026에서 헬스케어 분야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예측의료’였다. 개인의 유전체 정보와 생활습관 데이터, 의료 기록을 종합 분석해 질병 발생 가능성과 치료 반응을 사전에 내다보는 솔루션들이 다수 출품되며,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선제적 건강 관리가 CES 헬스케어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아프면 치료한다’는 사후 대응 중심의 기존 의료 구조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는 의료를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발생 가능성 자체를 관리하는 영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예측의료는 의료의 중심을 병원에서 일상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예측의료의 핵심은 의료의 출발점을 바꾸는 데 있다. 증상이 나타난 이후 병원을 찾는 구조에서 벗어나, 개인의 유전체 정보, 건강검진 기록, 생활습관,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질병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방식이다. 이는 의료를 ‘사후 대응 서비스’에서 ‘사전 관리 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근본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진료 방식의 개선에 그치지 않고, 의료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의료기관은 더 이상 치료만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 위험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파트너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동시에 환자 역시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자리 잡는다. 이 과정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의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의료 서비스는 단발성 행위가 아닌 지속적인 관계를 전제로 한 모델로 변화 중이다. 예측의료는 의료 비용 절감과 건강 수명 연장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동시에, 의료 산업 전반의 구조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의료 산업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은 데이터다. 의료 데이터뿐 아니라 일상에서 생성되는 행동 데이터, 소비 패턴, 환경 정보까지 결합되면서 개인의 건강 상태를 보다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었다. 특히 원격 모니터링 기술과 AI 기반 분석 솔루션은 병원 밖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의료의 공간적 한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


    그 결과 헬스케어 산업은 전통적인 의료기기·의약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건강관리 플랫폼, 디지털 치료 솔루션, 기업·보험 연계형 헬스케어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예측의료는 질병 치료를 넘어 건강 유지와 위험 관리라는 새로운 가치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장하며, 의료 산업의 성장 축을 다변화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본격적인 산업 확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성, 기관 간 데이터 연계와 표준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남아 있다. 의료 데이터는 활용 가치가 높은 만큼 관리 책임도 크기 때문에, 기술 발전 속도와 제도 정비 간의 간극이 시장 확산의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의료가 제시하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의료는 더 이상 병원 안에서만 완결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개인의 일상과 생애 전반을 관리하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의료 산업 참여자뿐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 기술 기업에게도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며, 헬스케어 산업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있다. 예측의료는 단순한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로 다가왔다.

    결국 예측의료의 등장은 의료 산업의 작은 개선이 아닌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치료 중심의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위험 이전을 설계하는 의료로의 이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변화는 의료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헬스케어를 새로운 데이터 기반 시장으로 재편하고 있다. 예측의료가 어떤 속도로, 어떤 형태로 확산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점은 데이터로 여는 예측의료의 미래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방향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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