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여파로 법원경매 시장에 우량 물건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에게도 위기이자 기회의 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법원경매 시장의 문턱에서 발길을 돌립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권리분석’에 대한 막연한 공포입니다.
“낙찰을 받은 뒤 내가 모르는 빚을 떠안게 되면 어떡하지?”,
“세입자가 나가지 않고 버티면 어쩌나?”
이러한 걱정은 초보 투자자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의문입니다.
그러나 필자가 19년간 수천 명의 의뢰인 문제를 해결하며 얻은 결론은 명확합니다.
권리분석의 핵심 원리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아무리 복잡해 보이는 권리 관계라도 단 30초 안에 스캔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나아가 가치를 높이는(Value-Up) 권리분석의 정수를 전해드리겠습니다.
1. 권리분석의 본질: “낙찰가 외에 내 호주머니에서 더 나갈 돈이 있는가?”
우선 ‘권리분석’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경매 투자에서 권리분석의 본질은 지극히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법원에 납부한 낙찰대금 외에, 추가로 인수해야 할 권리나 부담해야 할 금액이 있는가?”
부동산 경매는 법원이 주관하는 일종의 ‘법적 정산 절차’입니다. 소유자가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지게 되었을 때, 국가가 해당 부동산을 강제로 매각해 그 대금으로 채권자들에게 법이 정한 순서대로 배당하는 과정입니다.
낙찰자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소유자가 됩니다. 당연히 이전 소유자가 남긴 복잡한 채무나 관계가 모두 정리된 ‘깨끗한 상태’의 부동산을 기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법은 낙찰자의 권리뿐 아니라 임차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 그리고 특정 법적 권리자들의 이익 또한 보호해야 합니다.
그 결과, 낙찰자가 낸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부 ‘강력한 권리’가 남게 됩니다. 이 권리들을 사전에 찾아내 실제 취득 비용을 계산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권리분석의 핵심입니다.
2. 말소기준권리: 등기부등본의 ‘운명 결정선’
그렇다면 어떤 권리는 사라지고, 어떤 권리는 남게 될까요?
이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말소기준권리’입니다.
말소기준권리는 등기부등본에 존재하는 수많은 권리 가운데, 낙찰과 동시에 소멸할지, 아니면 낙찰자에게 끝까지 남을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운명의 컷오프라인’입니다.
말소기준권리가 될 수 있는 대표적인 등기상 권리는 다음 여섯 가지입니다.
1. 저당권 및 근저당권
2.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3. 압류 및 가압류
4. 배당요구를 한 선순위 전세권(전유부분 전체 설정 시)
5. 담보가등기
예를 들어, 어떤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에 2025년 1월 1일 자로 S은행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그 날짜가 바로 말소기준일이 됩니다.

이 기준일을 중심으로 권리는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① 인수되는 권리
말소기준권리보다 먼저 설정된 권리입니다. 이 방어선 앞에 있는 권리들은 낙찰자가 그대로 승계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포함된다면, 낙찰자는 낙찰가와 별도로 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② 소멸되는 권리
말소기준권리보다 나중에 설정된 권리입니다. 금액이 아무리 크고 복잡하더라도 낙찰과 동시에 모두 소멸되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안전한 항목입니다.
결국 권리분석이란, 등기부등본에서 말소기준권리를 빠르게 찾아낸 뒤 그보다 앞선 날짜의 권리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이 기준선 하나만 정확히 이해해도 경매 사고의 90% 이상은 예방할 수 있습니다.
3. 가장 치열한 쟁점: 임차인의 ‘대항력’과 점유권 확보
권리분석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은 바로 ‘임차인’입니다. 부동산의 실제 가치는 결국 임대차 구조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대항력’입니다.
대항력이란 임차인이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때까지 나는 나가지 않겠다”
라고 주장할 수 있는 법적 힘을 말합니다.
주택의 경우 전입신고일, 상가의 경우 사업자등록일이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선다면 대항력이 발생합니다.
? 대항력 있는 임차인
낙찰자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전액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해당 보증금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므로 입찰가 산정 시 반드시 반영해야 합니다.
? 대항력 없는 임차인
낙찰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으며, ‘인도명령’ 대상이 됩니다.
이는 곧 점유권 확보 전략을 결정짓는 기준이 됩니다. 대항력이 없다면 비교적 간편한 인도명령으로 명도가 가능하지만, 특수한 권리 관계가 얽혀 있다면 길고 지루한 인도소송을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차 현황과 말소기준권리의 선후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수익률 분석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실전! 30초 만에 끝내는 권리분석 5단계 체크리스트
복잡한 이론을 넘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5단계 실전 체크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이 순서대로만 확인하신다면 초보자도 전문가 수준의 분석이 가능합니다.
1. 말소기준권리를 가장 먼저 찾아라
갑구와 을구를 통틀어 가장 빠른 근저당, 가압류 등의 설정일을 확인합니다. 오늘 분석의 기준점입니다.
2. 소멸되지 않는 특수 권리를 확인하라
유치권, 법정지상권,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선 가처분 등 예외적으로 인수되는 권리가 있는지 매각물건명세서를 통해 점검합니다.
3. 임차인의 전입일(사업자등록일)과 기준일을 대조하라
하루라도 앞서 있다면 보증금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4. 건축물대장의 위반건축물 여부를 확인하라
‘노란색’ 위반 표시가 있다면 낙찰 후 이행강제금 부과로 이어져 수익률을 크게 훼손할 수 있습니다.
5. 공부상 용도와 실제 사용 용도를 비교하라
서류상 근린생활시설인데 실제로는 주거용으로 사용 중이라면, 향후 원상복구나 법적 제재의 위험이 있습니다.
부동산 경매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시장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철저한 권리분석을 통해 리스크를 통제한다면, 경매만큼 합리적이고 안전한 투자처도 드뭅니다. 결국 수익은 정보가 아니라 원리의 이해에서 나옵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디벨로퍼 & 공인중개사 & 법원경매 매수신청 대리인
문의: landvalueup@hankyung.com / 02-3277-9856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landvalueu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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