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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로 1년 치 효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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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로 1년 치 효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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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치 효도는 다 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작년 초연 때 부모님께 공연을 보여드렸는데 네 번이나 더 보러 오실 정도로 정말 좋아하셨어요. 엄마는 집에선 작품 속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추시더라고요."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의 김하진 작가)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의 김하진 작가와 오경택 연출은 이 작품을 두고 "최고의 효도 상품"이라며 "부모님 손을 잡고 공연을 보러 오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지난해 초연 당시 어린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한 관객까지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객석에 둘러앉아, 판소리에 추임새를 넣듯 공연에 호응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20~30대 여성이 주를 이루는 대부분의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 '효도 뮤지컬'은 오는 5월 남산 자락에 있는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재연한다. 오 연출은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과 꽃구경도 하시고 공연도 보시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다큐멘터리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인생 팔십 줄에 한글을 처음 배우고 시를 쓰는 경북 칠곡군 문해학교 학생들의 실화를 담았다.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여자라서, 한글을 익히지 못한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 한글을 배우는 모습은 나이를 떠나 관객 모두에게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지난 19일 열린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400석 미만), 연출상(오경택), 극본상(김하진) 등 3관왕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고루 확인했다.



    김 작가는 2022년 공연 제작사 라이브의 신진 작가 육성 사업에 선정되며 이 작품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강병원 라이브 대표가 원작 다큐멘터리를 무대화하는 작업을 제안했고, 김 작가가 펜을 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원작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소재는 좋은데, 할머니들이 시 쓰는 이야기에 누가 관심을 가질지 걱정도 있었죠. 그래도 글을 잘 써두면 언젠가 관객들이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상보다 빨리 많은 분이 알아봐 주셔서 감사해요."

    오 연출도 원작을 처음 접했을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에세이부터 읽었는데 몇 장 넘기자마자 계속 울었어요. 슬픔이라기보다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정이었죠. 이후에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는 웃으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재미와 감동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건 된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작품은 네 할머니가 쓴 시를 따라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흐른다. 김 작가는 다큐멘터리와 에세이에 실린 모든 시를 첫사랑, 꿈, 자식, 이름 등 네 가지 키워드로 분류한 뒤 각 주제에 어울리는 할머니들의 실제 시를 엮어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기승전결을 부각하는 극적 장치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러닝타임도 80분 정도로 짧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할머니들이 쓴 '시' 그 자체라고 생각했어요. 시들이 워낙 담백하고 진솔하잖아요. 여기에 살을 붙이거나 극적인 상황을 넣고 싶지 않았어요."(오경택 연출)


    할머니들의 시는 멋들어진 기교 하나 없는 일상의 언어로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저는 '첫사랑'에 관한 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짧은데 한 방이 있고, 소녀 같은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준 시에요."(김하진 작가)

    "제 마음속에는 1, 2위를 다투는 시가 있어요. 하나는 '엄마'라는 시에서 '아들아, 나는 너 씻긴 물도 안 버릴라 했다'라는 구절이에요. 이 문장에는 멜로디를 붙이지 않고 읊조리듯 표현하도록 했죠. '내 마음'이라는 시는 세상을 관조하는 할머니들의 시선이 느껴져서 좋아해요. '몸이 아플 때는 빨리 죽어야지 싶다가도, 재미있게 놀다 보면 살아야지 싶다. 내 마음이 이렇게 왔다 갔다 한다'라는 구절이에요."(오경택 연출)





    할머니 역할은 모두 30~40대 배우들이 맡는다. 굽은 등과 구수한 사투리는 물론 '늙으면 죽어야지'와 같은 매콤살벌한 할머니 특유의 유머까지 능숙하게 소화한다. "글을 쓸 당시 어머니가 '전원일기' 재방송을 보고 계셨어요. 김수미 배우님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할머니가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울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됐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퀴즈를 푸는 예능 프로그램도 보고, 공원에서 할머니들의 대화도 들으면서 캐릭터를 완성시켰어요."(김하진 작가)

    소박한 무대는 작품의 정겨운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진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삐뚤빼뚤'이에요. 할머니들이 연필을 쥐고 삐뚤빼뚤 글자를 써 내려가는 손에 지난 사연들이 모두 담겨있잖아요. 그래서 무대의 벽이며 지붕이며 바닥까지 비대칭적으로, 삐뚤빼뚤하게 만들었습니다."(오경택 연출)



    김 작가는 공연을 앞두고 관객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세대 갈등이 심한 사회잖아요. 이 작품을 통해 부모를, 가족을,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글=허세민 기자, 사진=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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