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1강 다약 구조가 문제”
공정위는 26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지난해 3월 제출한 롯데렌탈 지분 63.5% 취득을 위한 기업결합 신고를 불허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30% 전후임에도 나머지 1000여개 경쟁사가 대부분 소규모 업체여서 두 회사가 서로를 제외하면 사실상 유효한 경쟁 상대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29.3%(내륙 기준),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는 38.3%다. 이번 결합이 성사되면 1·2위 사업자가 모두 어피니티의 지배하에 놓인다.어피니티는 심사받는 과정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두 회사가 합쳐도 점유율이 50%를 넘지 않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차량 수로 점유율을 산정한 것을 두고도 “카셰어링 등으로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빌리티 시장을 가늠할 수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위는 가격을 결정하는 업계 1, 2위가 합쳐지면 압도적 대기업 1개 사의 지배력이 더 커질 것으로 봤다. 이병건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SK렌터카의 요금이 오르면 고객들은 수많은 영세 업체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롯데렌탈로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장기 렌터카는 이미 대기업이 진출”
공정위는 장기 렌터카 시장에 대해선 3, 4위인 현대캐피탈(점유율 14.7%)과 하나캐피탈(7.5%)이 규제에 발이 묶여 있어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본업비율 제한’으로 캐피털 업체는 본업인 금융리스업 자산 이상으로 부수 업무인 장기렌터카(실물 대여) 사업을 키울 수 없다. 이에 대해서도 어피니티는 “경쟁자인 캐피털사는 거대 금융사”라며 유효한 경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제주에서의 ‘렌터카 총량제’도 지배적 합병회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제주도는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지역 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2018년부터 도내 렌터카 신규 면허를 제한해 왔다. 공정위는 “2020년부터 롯데렌탈이 꾸준히 수십~수백 대 규모 소형 제주 렌터카 업체를 인수하고 있다”며 “합병 법인이 만들어지면 현지 업체 퇴출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PEF ‘볼트온 전략’ 위축 불가피
공정위는 이날 ‘완전불허’ 배경을 설명하면서 “일정 기간 후 매각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조건부 승인을 하더라도 영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추가 인수를 금지하거나 가격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부 승인’을 해주더라도 그 약속이 지켜질지 의심된다는 것이다.사모펀드업계에선 앞으로 동종 업계 기업을 통합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콘솔리데이션 전략’이나 ‘볼트온 전략’을 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어피니티는 업계 1·2위 렌터카 회사를 묶어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어피니티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결과의 취지를 존중한다”며 “구체적인 판단 내용과 취지를 면밀히 확인한 뒤 향후 롯데그룹과의 협의를 통해 공정위의 우려 사항, 특히 시장지배력 강화 가능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에서 추가 제안 가능성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대훈/하지은/최다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