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가 경영난으로 폐점이 잇따르면서 업계 구도가 바뀌고 있다. 홈플러스 점포가 문을 닫은 지역에선 이마트·롯데마트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달 말까지 가양·장림·일산·원천·울산북구점, 계산·시흥·안산고잔·천안신방·동촌점 영업을 중단한다. 최근에도 문화점, 부산감만점, 울산남구점, 전주완산점, 화성동탄점, 천안점, 조치원점 등 7개 점포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 23일에는 잠실점과 인천숭의점 폐점도 확정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폐점을 확정한 점포만 19곳에 달한다.
폐점 본격화 전 117개였던 홈플러스 점포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이미 105개 수준으로 줄었으며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총 41개 '적자 점포'를 폐점해 대형마트 수를 85개까지 줄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지역도 늘어가고 있다. 경기 안산과 충남 천안은 기존 점포가 모두 문을 닫으며 지역 내에서 홈플러스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영업을 이어가는 매장도 위기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납품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매대는 비었고 직원들은 월급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세금을 체납해 지자체에서 압류에 나선 점포도 늘어가고 있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최근 국회 좌담회에 참석해 "정상적인 상황과 비교해 매장 물품이 50% 수준으로 줄었다. 이달 내로 긴급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생 시계가 멈출 수 있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의 위기로 업계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형마트 점포 수는 이마트 1위(133곳), 홈플러스 2위(123곳), 롯데마트 3위(112곳)였지만 홈플러스 점포가 거듭 줄면서 롯데마트가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홈플러스 점포 수가 85개까지 줄면 대형마트 업계는 사실상 이마트와 롯데마트 양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점포 매출도 늘고 있다. 상권이 겹치는 곳에 있던 홈플러스가 문을 닫으면서 고객들이 인근 경쟁사 대형마트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홈플러스 안산선부점이 영업을 마치고 문을 닫자 인근 이마트 안산고잔점의 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폐점한 홈플러스 부천 상동점 인근 이마트 부천 중동점도 10월 매출이 35% 늘어났다.

증권가는 홈플러스 폐점이 경쟁사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홈플러스의 연이은 폐점으로 인해 다음달부터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기존 점포 성장률이 1%포인트씩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신선식품 경쟁력을 앞세운 점포 재단장과 대규모 할인 행사 확대에 집중한다. 주말 중심이던 '고래잇' 행사를 일주일 단위로 늘리고, 행사 품목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퀵커머스 서비스 '바로퀵'을 통해 온라인 주문과 즉시 배송 경쟁력도 강화한다.
롯데마트는 가격 경쟁력과 신선식품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통큰데이' 할인 행사를 매월 정례화하고 자체브랜드(PB) 상품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오카도와 협업한 첨단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그로서리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재편이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폐점한 지역 상권을 두고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홈플러스의 빈자리를 누가 얼마나 채우는지가 올해 대형마트 업계의 주요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