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을 받게 해주겠다고 접근해 수수료를 챙기거나 관련 업무를 맡던 공공기관 직원이 퇴직 후 브로커, 컨설팅 학원 강사로 변신해 대출 신청 소상공인 등에게 보험 가입과 수강을 종용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엔 보이스피싱으로 정부 기관을 사칭하거나 개인정보를 빼내 대출금을 가로채는 범죄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불법 브로커를 적발해도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이 몇 년째 지지부진한 탓이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적발된 불법 브로커의 절반가량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음에도 그때뿐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불법 브로커를 근절하겠다며 지난해 말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고 경찰과 합동 조사에 나서긴 했지만, 피해를 본 기업이 신고를 꺼려 적발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예산은 늘리되 지원 방식을 혁신해 ‘돈이 되는 R&D’ ‘시장의 선택을 받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나눠 먹기’식 예산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탓에 알선 브로커가 더 활개 치는 게 아닌가. 게다가 정책자금을 처음 신청할 때 작성해야 할 서류만 수십 종에 달한다고 한다.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하는 브로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청 절차와 서류는 대폭 간소화하되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불법 브로커가 발붙일 수 없는 토양부터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