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득이 전부인데…”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처럼 ‘부의 재분배’를 목적으로 도입된 ‘부자세’가 사실상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되고 있다. 25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금소세 대상자는 2024년 전년 대비 29.5%(9만9134명) 늘어난 43만5380명으로 처음 4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10년 새 네 배 가까이 늘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가계의 자산·소득도 늘었지만 금소세 과세 기준은 13년 넘게 그대로 유지된 영향이다.2006년 3만5924명에 불과하던 금소세 대상자는 매년 증가해 2014년 10만 명, 2023년 30만 명, 2024년 40만 명을 넘어섰다. 2023년 대상자가 폭증한 것은 2021년부터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금소세는 1996년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 과세 기준은 연간 금융소득(부부 합산) 4000만원 초과였다. 2003년부터 부부 합산에서 개인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정치권은 2013년 세수 확대를 이유로 과세 대상자를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로 낮춘 뒤 13년째 유지하고 있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분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최고 49.5%(지방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금소세 대상자 3명 중 1명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이 연 1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와 배당에 생계를 의존하는 고령 은퇴자가 금소세로 역차별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소세 대상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비롯한 주요 정책금융상품 가입이 제한된다. 65세 이상이면 가입 가능한 비과세종합저축(한도 5000만원)도 가입을 막아놨다. 올해 출시되는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역시 금소세 대상자는 가입 대상에서 배제했다. 지난해 9월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할 때도 금소세 대상자는 제외했다.
◇부자 감세 논란에 개정도 안 돼
정치권에서도 과세 기준을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행 금소세 기준이 도입된 2013년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115만원에 불과했지만 2024년 4940만원으로 58.6% 불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금소세 기준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2024년 정치권은 금소세 기준을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부자 감세’ 논란에 막혀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금소세와 함께 부자세 성격으로 도입된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역시 과세 대상이 중산층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상속세 대상자는 2만1193명으로 처음 2만 명을 넘어섰다. 상속세 세율과 과표는 27년째 바뀌지 않았고 공제 금액도 1997년 이후 동일하다. 정부가 상속세를 손질해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라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려던 계획도 결국 무산됐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2024년 54만2895명으로 전년보다 4만7702명(9.6%) 증가했다. 2025년에도 집값이 상승해 이런 추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가구 1주택자 중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12만8913명으로 1년 새 15.8% 증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