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테러, 방첩 등 국가안보 분야 전문 수사대를 시·도 경찰청 두 곳에 꾸리기로 했다. 간첩죄 개정으로 관련 사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비에 나섰다.2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르면 다음달 단행하는 조직 개편에서 방첩 전담 수사대를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에 설치할 방침이다. 운영 중인 산업기술보호안보수사대에서 방첩 기능을 분리해 독립 조직으로 격상하는 방식이다.
방첩 수사는 간첩 활동, 테러 모의 등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사전에 탐지하고 차단하는 수사를 말한다. 지난해 잇따른 국내 군사시설 촬영 사건이 대표적인 방첩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경기남부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수원 공군 제10전투비행단 부근에서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하다 적발된 10대 중국 국적 고교생 2명을 일반이적죄 등의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내 관련 조직 확대는 조만간 간첩죄(형법 98조)가 개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는 외국 전체로 간첩 행위 대상을 넓히는 방향의 간첩죄 개정안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을 위해 산업기밀이나 군사·안보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열리게 된다.
경찰은 간첩죄가 개정되면 관련 사건 처리 건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일반이적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일부 법 조항으로 우회 처벌하던 사건이 간첩죄로 직접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경찰의 방첩수사대 설치 방침을 두고 중대범죄수사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방첩 수사 영역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조치라는 해석이다.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수청은 부패, 경제, 국가보호 등 9대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조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중 국가보호 범죄인 간첩죄 역시 중수청 수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경찰과 중수청이 모두 간첩죄 관련 수사를 맡게 되면 초기 수사의 중요성은 더 커지게 된다. 수사 권한이 겹치는 영역에서는 강제수사에 들어갔는지가 이후 수사를 이어갈 핵심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