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이 국세청의 ‘꼬마빌딩 감정평가’ 과세에 제동을 걸었다. 2022년부터 3년간 이어진 치열한 공방 끝에 ‘입법 공백’을 파고든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9부(재판장 김국현)는 지난달 15일 강남구 꼬마빌딩을 상속받은 A씨와 B씨 등이 반포세무서장·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세청 감정평가 사업의 법적 근거인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2019년 개정)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 무효라며 40억원 규모의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상속인들을 대리한 율촌은 2020년부터 진행된 국세청의 꼬마빌딩 감정평가 사업이 법적 근거 없이 국세청 재량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9차례 진행된 변론에서 12차례에 걸쳐 서면을 제출하며 사건 쟁점을 재판부에 상세히 설명했다.
율촌은 국세청이 ‘고가 부동산 자산’을 법률 개정 없이 외부 기관 감정평가액에 맞춰 과세 대상으로 선정하는 방침을 보도자료로 발표해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헌법이 정한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조세를 부과하려면 세법에 관련 근거가 명시돼야 하는데, 국세청이 법적 근거 없이 과세를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논리다.
국세청은 고가 부동산 자산의 신고가액과 실제 거래가액 간 차이가 커 외부 감정가에 기반한 과세가 불가피했다고 맞섰다. 그러나 율촌은 차이가 크다면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쳐 과세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국세청이 밝힌 과세 방안도 국회 논의를 통해 법률로 제정할 수 있었지만 임의로 과세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과세관청이 감정 대상을 재량으로 선정하면 납세자가 과세액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율촌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강민 율촌 변호사(사진)는 “‘고가’의 기준이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법원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과세당국 처분의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