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3일 15: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에식스솔루션즈 중복상장 논란을 놓고 공개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기업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위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복상장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기업들은 물론, 현재 상장 심사를 진행 중인 예비 IPO 기업들까지 시장의 눈치 보기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대통령 발언에 긴장 고조
23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와의 오찬 자리에서 중복상장 논란을 언급하며 “이런 중복상장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L’ 들어간 주식은 안 산다”는 제목의 기사가 거론되자 “거래소가 이 같은 중복상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해당 발언을 두고 시장의 해석은 엇갈린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복상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였던 만큼 중복상장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LS의 미국 증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상장과 관련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금융당국·거래소·기업 모두 한층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이나 개별 IPO를 겨냥한 발언이라기보다는, 중복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경우 현재 국회와 금융당국에서 논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가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 신주 물량의 20% 범위에서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배정 비율을 30~70%로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다수 발의한 상태다.
제도 공백 속 관망 불가피
이번 발언의 여파는 다른 대기업 IPO 후보군으로도 번지고 있다. 제도 정비 전까지 대기업 상장에 대해 사실상 스톱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서다.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LS그룹은 주주 환원 확대 등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이 대통령이 대선 직전과 취임 이후 모두 중복상장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사실상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책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케이뱅크 역시 모회사 KT와의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중복상장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덕산하이메탈이 지분 63.24%를 보유한 덕산넵코어스도 비슷한 구조로 분류된다.
이 밖에 HD현대의 현대로보틱스, 현대자동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SK의 SK에코플랜트, 한화그룹의 한화에너지 등도 잠재적 중복상장 논란 대상에 포함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명확해진 이상 제도 정비 전까지는 대기업 IPO가 사실상 관망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거래소 심사 기준과 입법 논의가 정리되지 않으면 시장은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석철/최한종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