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양형 사유에서 이번 사건을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위반한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 쿠데타’”로 명명하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신념을 뿌리째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내란 사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대외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발생한 점을 들어 기존 내란 판례의 형량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내란이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종료되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가담자들의 자제”가 아니라 “맨몸으로 국회를 지킨 시민들의 용기, 신속한 해제 의결을 위한 일부 정치인의 노력, 위법한 지시에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만 참여한 일부 군경”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피해가 적었다”거나 “짧게 끝났다”는 사정을 가담자 처벌에서 유리한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재판부는 “우리 주위엔 ‘계몽적·잠정적·경고성 계엄’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거나 서울서부지법 폭동처럼 정치적 입장을 위해 헌법과 법률을 쉽사리 위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선거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12·3 내란은 이런 잘못된 주장을 양산하며 사회의 정치적 분열과 갈등을 더 심화시켰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에 대해서는 사전 모의·지휘 등 적극적 가담 정황은 부족하다고 보면서도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 준수, 헌법 수호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책무를 지닌 위치였다”는 점을 무겁게 평가했다.
범행 이후의 태도 역시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허위 공문서 작성, 문건 파쇄 요청, 헌법재판소에서 한 위증, CCTV 등 객관증거가 제시됐음에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들어 “진지한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