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2.380%까지 올랐다. 1999년 2월 이후 27년 만의 최고치다. 재정 리스크를 더 민감하게 반영하는 4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4.215%까지 상승하며 처음으로 연 4%대로 올라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당이 소비세 감세를 내걸었다”며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재정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에 채권 매도세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식품 소비세를 2년간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자유민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작년 10월 연립 정권 수립 시 합의서에 ‘2년간 식품 소비세를 0%로 인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야당은 한술 더 떴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뭉쳐 만든 신당 ‘중도개혁연합’은 식품 소비세를 영구적으로 ‘제로(0)’로 낮춘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국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일본 소비세는 표준세율이 10%다. 다만 식품에만 8% 경감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소비세는 소득이 적을수록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역진성을 완화하기 위해 식품만 세율을 낮춘 것이다. 식품 소비세를 0%로 낮추면 연간 5조엔가량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여야 모두 식품 소비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메울 확실한 방법을 내놓지 못한 게 문제다.
금리 상승에 따라 일본 정부의 이자 부담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정부가 지급하는 국채 이자율은 평균 연 0.75%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억제하던 시절 저금리로 발행한 국채 대부분이 아직 상환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 앞으로 만기가 다 돼 차환 발행하는 국채 금리는 당시보다 높아진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정부의 지급 이자율이 올해 연 1%를 넘어 2030년에는 연 1.65%, 2035년에는 연 2.16%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약 10년 만에 세 배가 되는 셈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