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톱 랭커 선수들은 훈련지에 개인트레이너 동행
회복 우선인 시즌 중과 다른 ‘고강도 체력 훈련’
최대 근력→파워·스피드 전환…주기화로 설계
박현경, 스윙 스피드 올리기 위해 근력 중심
배소현은 근육 이완 위해 스트레칭 비율 70%
골프·야구 등 ‘종목별 세분화’...페러다임 변화
‘측정→처방→피드백’ 데이터로 조절하는 시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에게 동계 전지훈련은 단순한 ‘체력 보강’의 시간이 아니다. 시즌 내내 유지해야 할 힘과 스피드를 미리 끌어올리는, 말 그대로 1년 농사의 밑 작업이다. 지난 4일부터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에서 진행 중인 빅피쉬골프아카데미 전지훈련에서도 선수들의 하루 일정에는 반드시 개인 트레이닝이 포함돼 있다.
박현경과 배소현 등 KL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의 개인 트레이닝을 담당하는 박영진 트레이너는 “전지훈련과 시즌 중 트레이닝은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는 “시즌 중에는 다음 날을 대비해 회복이 최우선이지만, 전지훈련에선 최대 근력과 파워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겨울엔 ‘힘의 저수지’ 만든다
시즌 중 트레이닝은 철저히 ‘관리’ 중심이다. 대회가 없는 월·화요일에만 제한적으로 근력 운동을 진행하고, 수요일부터는 프로암과 공식 일정에 맞춰 몸을 가볍게 유지한다. 경기 주간에는 회복과 컨디셔닝이 핵심이다. 박 트레이너는 “근육 피로도가 누적된 상태에서 무리하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라운드 전후 케어와 회복을 빠르게 해 다음 날 경기를 준비하는 게 시즌 중 트레이닝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비시즌 기간인 전지훈련 땐 강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목적부터 바뀐다. 박 트레이너는 “최대 근력을 먼저 끌어올려야 시즌 동안 파워와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다”며 “전지훈련 기간엔 선수별 최대 근력을 파워와 스피드로 전환하는 ‘주기화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비시즌인 동계 때 ‘힘의 저수지’를 만들어 놓는 셈이다.
선수별 접근 방식도 제각각이다. 근육량과 운동신경, 스윙 교정 단계가 모두 달라 필요한 운동을 다르게 처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윙 스피드 향상이 목표인 박현경은 짧은 시간 최대의 힘을 쓸 수 있도록 코어 중심의 근력 운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배소현은 나이에 따른 근력 저하를 막는 데 초점을 둔다. 박 트레이너는 “배소현은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짧아지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전지훈련 기간 100kg 가까이 무게를 올리는 박현경과 달리 배소현은 하루 한 시간 운동 중 스트레칭 비중 70%, 근력 운동 30% 수준으로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더 세밀해진 관리 시스템
골프 트레이닝의 패러다임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선수들이 찾는 트레이닝 센터가 어깨, 무릎, 허리 전문으로 구분됐다면 최근엔 종목별로 특화된 센터가 문을 열고 있다. 박 트레이너가 소속된 ‘리벌티’도 야구와 골프 선수 전문이다. 박 트레이너는 “야구와 골프는 한쪽 면의 회전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트레이닝 접근 방식도 비슷하다”며 “최근엔 종목별로 더 세분화하는 추세로, 리벌티도 수원CC 인근에 골프 전문 2호점을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골프 트레이닝이 달라진 배경에는 스포츠과학의 축적이 있다. 예전엔 ‘많이 하면 는다’는 감각의 영역이 컸지만, 요즘은 ‘얼마나, 어떤 강도로, 언제 쉬어야’ 경기력이 오르는지 데이터를 통해 정교하게 답을 찾는다. 박 트레이너는 “이제는 근력만 키우는 시대가 아니라, 선수의 체력·가동범위·피로도를 숫자로 확인하고 그날의 훈련량을 조절하는 시대”라며 “선수들이 개인별 트레이너를 두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 트레이너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라운드 전 워밍업에 최소 30분은 투자해야 합니다. 근육에 열을 낸 뒤 몸을 ‘공을 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라운드 중 수분과 영양 섭취도 중요합니다. 체중에 수분이 2%만 빠져도 판단력이 떨어지는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