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18일 '당원 게시판 사건' 관련 본인에 대한 당의 징계 추진과 관련해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을 이끌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2분5초 분량의 영상에서 "저에 대한 징계는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 보복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오늘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 전 대표의 메시지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5일 여당에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공천헌금 의혹 등 이른바 '쌍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한 후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가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제명 처분을 받은 한 전 대표와 관련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단식에 나섰다는 시각이 있다. 앞서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의 징계 확정을 보류한 상태다. 한 전 대표에게 재심 절차를 보장해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한 전 대표는 "계엄을 극복하고 민주당 정권의 폭주를 제어할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이런 정치 보복의 장면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우리 당에 대한 마음을 거두시는 분들이 많아질 것 같아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당권으로 정치보복을 해서 제 당적을 박탈할 수는 있어도 제가 사랑하는 우리 당의 정신과 미래는 박탈할 수 없다"며 "저는 대한민국 국민과 진짜 보수를 위해 용기와 헌신으로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이 영상에서 자신의 가족이 연루된 의혹이자 당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 사유였던 당원 게시판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간접적으로 이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 전 대표가 자신에 대한 징계가 '정치 보복'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해 국민의힘 내에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친한계인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전 대표가 올린 영상을 공유하며 "진심을 담은 사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당무감사와 윤리위 징계 과정에 상상하기도 힘든 불법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 주신 한 전 대표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이 결단이 당을 정상화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 역시 페이스북에서 "당게는 구실에 불과할 뿐, 문제의 본질은 계엄을 막고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에 대한 윤어게인 세력의 증오이자 보복"이라며 "정치적 해결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애꿎은 당게 이슈를 쟁점화해 헌법 가치까지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지도부를 포함한 장 대표 측 인사들은 한 전 대표가 징계를 정치보복이라고 표현한 점 등을 들어 충분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전 대표 메시지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진정성 있게 과거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는 지적들이 많았다"며 "올린 글의 내용에 대해 많은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여론이 불리하니 사과하는 척은 해야겠고 잘못을 인정하기는 싫고, 그야말로 금쪽이 같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단식 농성 4일차에 접어든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와 법치를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권력자의 힘에 좌우되는 나라가 아니라, 정의가 강같이 흐르는 나라여야 한다. 자유와 법치를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