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영업자 살리는 치트키
“두쫀쿠 할까요?”“두쫀쿠는 무조건 해야 함.”
130만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문답이다. 단순히 유행하는 디저트 하나를 추가하느냐 마느냐의 논의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폐업 위기를 앞둔 매장의 운명을 바꿀 ‘마지막 동아줄’이자 꽁꽁 얼어붙은 매출 곡선을 수직으로 세워줄 ‘치트키’에 가깝다.
현장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늘 한산하던 동네 카페에 갑자기 ‘오픈런’ 행렬이 길게 늘어서고 평소 줄 한번 선 적 없던 매장에 인당 구매 개수 제한 안내문이 붙는다. 폐업을 고민하던 카페가 두쫀쿠 하나로 하루 매출 500만원을 찍었다는 무용담은 전설이 아니다. 새벽 1시까지 불을 밝히고 두쫀쿠 ‘심야 공장’으로 변신한 가게들도 속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쫀쿠가 디저트 전문점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제과제빵의 고도화된 기술 없이도 레시피 습득이 용이하다 보니 이제는 디저트 가게뿐만 아니라 냉면, 마라탕, 일식, 감자탕, 반찬 가게에 이르기까지 외식업계 전반이 ‘두쫀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달 앱에서 두쫀쿠를 검색하면 뜬금없는 업종의 가게들이 줄지어 등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 전 업종의 ‘두쫀쿠화(化)’다.
현재 자영업 시장에서 두쫀쿠는 손님을 강력하게 끌어모으는 ‘앵커 프로덕트(Anchor Product, 미끼 상품)’이자 구세주로 통한다. 일단 두쫀쿠가 있다는 소문만 나면 손님들이 몰려오기에 이를 활용한 영리한(혹은 절박한) 마케팅도 등장했다. 단품 판매 대신 음료를 반드시 함께 주문해야 구매 자격을 부여하거나 특정 요일에만 한정 판매하며 매장 방문 빈도를 높이는 식이다. 침체된 내수 경기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지금 생존을 위해 ‘두쫀쿠 코인’에 올라타고 있다.
2. 국밥보다 비싼 몸값, 원가의 비밀
평균 5800원(40~50g). 최근 형성된 ‘두쫀쿠’의 평균가다. 이 수치는 그야말로 평균일 뿐 무게와 토핑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8000원을 훌쩍 넘어 1만원대에 진입한 곳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가격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일 바뀌는 ‘시가’라는 사실이다.두쫀쿠 덕후를 자처하는 천지영(22) 씨는 “자주 가던 디저트 가게에서 어제 산 가격보다 오늘 가격이 1300원이나 올라 당황했다”고 전했다. 디저트 한 개 가격이 뜨끈한 국밥 한 그릇 값과 맞먹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없어서 못 산다”며 지갑을 연다.
겉보기에 8000원짜리 쿠키는 자영업자의 ‘폭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공개한 속사정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지금 두쫀쿠 시장은 ‘고수요-초저공급’이 맞물린 기형적 구조다.
우선 재료 수급 자체가 ‘전쟁’이다. 핵심 재료인 카다이프면과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웃돈을 얹어줘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주문 후 2주 이상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다. ‘반짝 유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재료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붙으면서 재료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급상승한 원가율이다. 음식 원가를 분석하는 유튜버 ‘제로비’의 분석에 따르면 1월 초 기준 두쫀쿠의 순수 재료비만 따진 원가율은 39.2%에 달한다. 통상 일반 디저트의 원가율 평균이 2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실제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두쫀쿠의 핵심인 피스타치오 필링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피스타치오는 1kg에 약 7만9500원. 여기에 오일, 화이트 초콜릿 등을 섞어 만든 스프레드 비용과 카다이프, 고메버터의 가격을 합치면 필링 50g을 만드는 데만 2459.2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쿠키 베이스를 구성하는 마시멜로, 발로나 코코아 파우더, 탈지분유 등의 원재료비(약 443.3원)와 기타 부재료비(약 37.6원)를 더하면 쿠키 한 알의 순수 재료비는 약 2940원에 달한다. 7500원에 팔아도 재료 원가율만 40%에 육박한다. 이마저도 1월 초 기준이며 원재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현재의 재료 원가율은 46%에 달한다.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포장비, 전기세 등 고정비까지 포함하면 실제 마진율은 더욱 처참하게 깎여 나간다. 그럼에도 이 ‘귀한 몸’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쫀쿠가 단순히 돈을 버는 품목을 넘어 매장의 생존을 좌우하는 ‘집객의 열쇠’가 되었기 때문이다.
3. 두쫀쿠 인기에 재료 ‘부르는 게 값’
폭발적인 수요는 결국 원재료 공급망의 마비를 불러왔다. 특정 디저트가 유행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관련 식자재 시장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가장 상징적인 것은 코코아 파우더와 피스타치오의 가격 폭등이다. 두쫀쿠 반죽의 색과 맛을 내기 위해 필수적인 ‘발로나 코코아 파우더’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kg당 약 3.3만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kg당 10만원을 호가하며 3배 가까이 올랐다.
피스타치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저가 추이 그래프를 보면 2025년 10월 1만7300원(1kg 기준)이었던 가격이 2026년 1월 현재 9만7350원까지 수직 상승하며 5배 이상의 폭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시세 역시 파운드당 12달러로 전년 대비 1.5배 올랐지만 국내 유통가의 상승폭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진다. “마시멜로 많으신 분, 탈각 피스타치오랑 교환해요”라는 식의 물물교환 게시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두쫀쿠의 원재료 대신에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재료를 찾는 일도 부지기수다.
진짜 문제는 두쫀쿠를 팔지 않는 매장들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의 전형이다. 두쫀쿠를 취급하지 않는 한 사장님은 “두쫀쿠+입고이슈+사재기 3연타에 메인 메뉴 원가가 폭탄을 맞았다”며 “잠시 판매 중단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코코아 음료나 초코 케이크 등이다.
두쫀쿠는 ‘유행 프리미엄’ 덕분에 원가가 올라도 개당 8000원 이상의 고가에 판매(가격 전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초코 케이크나 코코아 음료는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손님의 발길이 끊긴다.
여기에 낱개 포장 용기조차 개당 100원에서 200원으로 가격이 배로 뛰며 자영업자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달콤한 쿠키 뒤편에 가려진 이면이다.
4. 핑크택스?! 트렌드택스!?
최근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서는 ‘두쫀쿠’ 열풍을 기점으로 먹거리 유행과 소비 주체에 대한 날 선 공방이 오갔다. 발단은 한 사용자가 올린 “음식 유행은 대부분 여초에서 시작되는데 남는 건 결국 돈 쓴 여자뿐”이라며 “그 이상으로 음식 유행에 돈·시간·정성을 쏟지 말고 ‘돈 모으는 여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소신 발언’이었다. 이 게시물은 조회수 850만 회를 상회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이는 곧 유행에 민감한 여성 타깃 제품에 붙는 고가 정책, 즉 ‘핑크택스(Pink Tax)’ 논란으로 번졌다.8000원이라는 가격 저항선이 무너진 현상을 단순히 성별에 따른 차별적 가격 책정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경제학적으로 이는 ‘트렌드택스(Trend Tax)’에 가깝다. 유행의 최전선에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과 ‘시의성’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쿠키라는 재화가 아니라 ‘지금 가장 핫한 경험’을 구매하는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성론이다. 온라인상에서는 “맛있는 걸 사 먹는 게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소비되는 상황이 속상한 것”이라며 소비의 주체가 주로 여성인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SNS에서 번지고 있는 이른바 ‘블루레이디 운동(여성들의 경제적 발전)’과도 궤를 같이한다. “여성들도 수익 추구를 죄악시하지 말고 돈에 밝은 사람이 되자”는 이 운동은 두쫀쿠와 같은 단기적 트렌드 소비에 매몰되기보다 생산적 자산을 축적하자는 건설적인 담론으로 확장되고 있다.
5. 립스틱 효과와 K자형 소비의 결합
두쫀쿠 열풍은 현재 소비자들이 처한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소비 심리를 정교하게 대변한다.“나도(Ditto)”라는 의미처럼 인플루언서나 특정 커뮤니티의 소비 행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디토 소비(Ditto Consumption)는 두쫀쿠 대란의 핵심 동력이다. 이러한 동력은 두쫀쿠의 가치를 단순한 디저트 이상으로 격상시켰다. 최근 SNS에서는 ‘인기 가수 콘서트 티켓’과 같은 희귀 재화를 구하기 위해 유명 맛집의 두쫀쿠를 끼워 팔거나 두쫀쿠 자체를 프리미엄(플미) 거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두쫀쿠를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언제든 가치 교환이 가능한 ‘경험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도 볼 수 있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고가의 명품 백이나 자동차 같은 큰 사치는 포기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사치감을 느낄 수 있는 소품목의 매출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소비자들에게 두쫀쿠는 ‘스몰 럭셔리’의 전형이다. 명품 브랜드의 지갑은 선뜻 사지 못해도 8000원짜리 프리미엄 쿠키 한 알을 통해서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즉각적인 심리적 만족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초고가와 초저가만 팔리는 이른바 ‘K자형 소비양극화(K-shaped consumer)’와도 연결된다. 필요한 곳에는 지갑을 닫고 원하는 곳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극단적 소비 패턴이 일상화되면서 1만원에 육박하는 쿠키가 불황 속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기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6. 제2의 ‘탕후루’?, 포모 시달리는 자영업자
주식시장의 오래된 격언 중에는 “구두닦이 소년이 주식 이야기를 하면 팔 때다”라는 말이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무관한 분야까지 뛰어들 때가 곧 고점이라는 경고다. 모든 경제 현상이 그렇듯 초과 이윤이 발생하는 곳에는 공급이 몰리기 마련이며 현재 두쫀쿠 시장의 희망은 점차 ‘광기’에 가까운 편승 효과로 번지고 있다.
“철물점인데 두쫀쿠 해야 할까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농담처럼 올라온 이 질문은 현재의 과열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저트와 전혀 무관한 업종조차 ‘이거라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공포감(FOMO)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공급자들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유행에 휩쓸려 시장에 진입하는 비이성적 과열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전문성이 없는 업종까지 공급에 가세하려 한다는 점은 이 유행이 이미 정점(Peak)에 다다랐다는 강력한 신호다. 지금 비싼 웃돈을 얹어줘도 재료를 못 구해 난리지만 주문한 원재료들이 도착할 때쯤 유행이 식어버린다면 남는 것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5배 비싼 피스타치오’와 빚뿐일 수 있다. 철물점 사장님의 고민은 어쩌면 이 달콤한 파티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광산 속 카나리아의 경고’일지도 모른다.반면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이 열풍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본다. 단순히 쿠키 하나에 그치지 않고 ‘두바이 초콜릿’이라는 원천 소스가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시작된 두바이 초콜릿 유행은 2년이 지난 2026년 1월 현재까지도 멈출 듯 멈추지 않는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두쫀쿠는 정작 두바이 현지에 존재하지 않는 독창적인 ‘K-디저트’로 재탄생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현재 동남아시아와 일본 등지에서는 한인 교포와 K팝 팬들을 중심으로 이 한국식 두쫀쿠가 역수출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왕카스테라(유행주기 15개월)부터 흑당버블티(15개월), 탕후루(12개월)까지. 제2의 전철을 밟는 ‘반짝 유행’에 그칠까, 아니면 장기 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자영업자들은 지금 투자와 유행의 끝단 사이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