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방위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반도체 ETF를 제치고 올해 들어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군비 증강 기조가 확산한 데다 베네수엘라 사태까지 맞물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영향이다.
◇수익률 상위 10개 중 6개가 방산
13일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ETF는 방산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PLUS K방산레버리지’와 ‘KODEX K방산TOP10레버리지’가 각각 61.24%, 60.86% 오르며 1,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조선과 반도체 레버리지 ETF 수익률을 훨씬 웃돌았다. 올 들어 ‘SOL 조선TOP3플러스레버리지’는 37.62%,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는 30.57% 올랐다.
레버리지가 아니라 기초지수를 1배수로 추종하는 방산 ETF도 수익률 상위권에 대거 포함됐다. ‘TIGER K방산&우주’(30.49%) ‘SOL K방산’(30.43%) ‘PLUS K방산’(27.79%) ‘KODEX K방산TOP10’(27.72%) 등이 차례로 6~9위에 올랐다. 수익률 상위 10개 중 6개가 방산 ETF로 채워진 것이다.
국내 방산기업에 투자하는 해외 상장 ETF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PLUS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 인덱스’(KDEF)가 대표적이다. 국내 상장된 ‘PLUS K방산’을 벤치마킹한 상품으로, 한화자산운용이 현지 운용사인 익스체인지트레이디드콘셉트(ETC)와 협업해 미국에 상장했다. KDEF는 올해 21.88% 상승하며 S&P500지수 상승률(1.44%)을 한참 웃돌았다.
‘위즈덤트리 아시아 디펜스 펀드’(WDAF)의 올해 수익률도 14.64%를 기록했다. 아시아 방산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한국 기업 비중이 43%에 달한다. 한화테크윈(8.09%) 한국항공우주(7.28%) 한화시스템(6.45%) 등을 편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를 담은 ‘글로벌X 디펜스 테크’(SHLD)도 이 기간 15.97% 올랐다.
◇“한화에어로·한화로템 톱픽”
작년 하반기 반도체 랠리에 밀려 주춤하던 방산 ETF가 되살아난 것은 최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벌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압송한 데 이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며 안보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세계적으로 군비 증강 기조도 확산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국방 예산을 기존보다 50% 늘린 1조5000억달러(약 2176조원) 규모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란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며 중동 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서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감이 커지며 국내 방산주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주된 시각이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무기 체계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며 “공급이 제한적인 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한국 방산기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의 장갑차와 전차 생산이 부족한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로템을 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방산주가 강세를 보였다. 한화시스템이 전 거래일 대비 14.16% 오른 8만8700원으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현대로템(6.42%) 한화에어로스페이스(5.78%) 한국항공우주(2.21%) 등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