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카 패권 전쟁
박정규 지음│시크릿하우스│2만원
스마트카 전쟁은 특정 기업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기술·조직·생태계가 얽힌 구조적 경쟁이다. 저자는 자동운전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과정과 한계를 짚으며 데이터 기반 학습과 대규모 투자 없이는 기술적 도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집단적 학습, 막대한 R&D 투자, 정부와 산업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은 한국 기업이 직면한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흐름 속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대응 방향은 감정적 위기론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의 문제다. 소프트웨어를 외주나 부속 기능으로 취급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핵심 역량으로 내재화해야 하며 중국을 단순한 배제 대상이 아니라 표준과 생태계를 이해해야 할 현실로 인식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이 축적해 온 제조 기반과 품질 역량은 여전히 중요한 자산이지만 SDV·AI와 결합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 책은 미래를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 대신 어디에서 견제하고 어디에서 혁신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선택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사고하도록 이끈다.

백년의 교도소
유주영 지음│지식의날개│1만8000원
이 책은 형무소 감옥이 아닌 교도소 감옥을 다룬다. 형무소는 형벌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집행이 끝나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그래서 우리나라는 1961년 형무소에서 교도소로 명칭을 바꾸었다. 명칭 변경을 통해 감옥은 범죄자를 올바르게 변화시키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한다는 것을 드러냈다. 형벌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장기적으로 수용자는 언젠가 사회로 복귀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결국 그들이 사회에 적응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재범을 방지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이다.

회계의 새로운 지도
김의형 지음│한울아카데미│3만3000원
이 책의 각 장은 독립된 정교한 논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회계가 ‘과거를 기록하는 기술’에서 ‘현재와 미래를 보여 주는 언어’로 변모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탐색한다. 이 책은 숫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소통’과 ‘신뢰’라는 회계가 추구하는 오래된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자본시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회계가 여전히 ‘신뢰받는 소통의 수단’으로 남을 수 있을지 질문하고 대답하는 흥미로운 대화의 기록이다. 회계를 모르는 독자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친절한 설명’과 함께 ‘명료한 사고’를 제공한다.

페미니즘, 안녕들 하십니까
강이수 등 지음│창비│1만6000원
현재 70% 이상의 학령인구가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은 경쟁과 성공에 대한 압력과 그로 인한 열패감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조롱, 폭력으로 분출하고 있으며 구조적 불평등을 외면하는 반지성주의적 디지털 언설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대학은 그러한 현상을 극복할 수 있게 돕기는커녕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고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들은 대학을 변화시키는 것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인간 없는 전쟁
최재운 지음│북트리거│1만9800원
‘라벤더’가 패턴을 분석한다. ‘가스펠’이 목표를 특정한다. ‘웨얼스 대디’가 위치를 추적한다. 그리고 폭격이 시작된다. 일련의 아이러니한 명칭들은 2023년 하마스와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군이 운용하고 있는 AI 시스템을 가리킨다. AI가 살생부를 쓰고, 표적의 동향을 살피며, 효과적인 공격 제안을 한다. 타깃이 가족들의 품으로 귀가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공격의 성공률과 ‘부수적 피해’를 견주어 본다. 피아 식별 오류로 인하여 무고한 사람을 사살할 수도 있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진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