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주택입니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산층 자산과 주택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줌 인터뷰로 만난 트로이 루트카 SMBC닛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주택 시장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주택 가격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면 미국 개인들은 자산 감소를 체감하며 소비를 줄일 위험이 있다.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 구조상, 이는 성장률 둔화로 직결된다.
루트카는 월가의 젊은 분석가들 중 가장 예리한 시각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와 투자은행(IB) 내트웨스트 마켓에서 실무 경력을 쌓으며 거시경제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해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월가 대부분 은행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핵심은 생산성이다. 미국의 생산성은 가속화되고 있다. 민간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잠재적으로 혁신적인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전체의 기술 자본 저변이 커지고, 노동자 1인당 산출량이 늘어나면서 생산가능곡선이 확장된다. 경제 효율성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게 낮아진다.”
▶Fed는 고용 둔화를 우려해 금리를 내렸다. 실제 고용 시장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표면적인 헤드라인 수치만 보면 고용이 견조해 보인다. 최근 두 달 동안 민간 부문에서 약 12만1000개의 일자리가 늘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2만4000개가 교육·보건 서비스 부문에서 나왔다. 이 부문은 경기와 거의 무관한 정부 인접 부문이다.”
▶헤드라인 수치와 실제 상황이 다르다는 뜻인가.
“경기에 민감한 민간 부문에서는 오히려 약세가 나타나고 있고, 순 고용 감소도 보인다. 예비 벤치마크 수정치를 보면 약 100만 개의 일자리가 과대 계상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월별로 환산하면 고용은 증가가 아니라 감소다. 민간 부문이 서서히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판단과 부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택 시장이다. 미국 전역에서 주택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최근 7개월 동안 전국 주택 가격은 약 0.7% 떨어졌다.
주택 가격은 노동통계국이 산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주거비 항목을 선행한다. CPI에서 주거비는 전체 물가의 35%, 근원 물가의 44%를 차지한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CPI의 가장 중요한 하위 항목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물가는 약 2% 수준으로 내려올 것으로 본다.”
▶하지만 관세와 경제 성장 등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상당하지 않나.
“문제는 오히려 반대 방향이다. 현재 정책은 지나치게 긴축적이다. 필요 이상으로 경기 둔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중립 금리는 약 3% 수준이다. 만약 금리가 1% 이하로 내려간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장기금리 상황은 어떤가.
“경제 활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10년물 국채금리다. 이는 이미 서서히 하락하고 있다. Fed가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장기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반사적 스티프닝이 나타날 수 있다.”
▶새해에도 AI 버블 논란이 이어질까.
“대부분의 전통적인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지표를 보면 주식시장은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 다만 이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 기준으로 보면 과도하게 비싸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높은 밸류에이션에는 이유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고,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S&P500 기업 가운데 투자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지 않나.
“맞다. S&P500에 투자한다는 것은 사실상 소수의 10개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역사적으로 이런 극단적인 집중은 결국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AI에 쏟아지는 투자 규모와 챗GPT 등장 시점을 감안하면 아직 초중반 국면이다. 당장 끝날 것 같지는 않지만, 자산 가격 재조정이 발생할 경우 경제적 충격은 상당할 수 있다.”
▶주가 하락 시 소비 위축이 나타날 수 있나.
“타당한 지적이다. AI 붐은 상위 계층의 자산을 크게 늘렸고, 이들은 하위 계층보다 훨씬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 그 결과 K자형 경제가 나타나고 있다.
상위 계층은 매우 양호한 반면, 하위 계층은 신용 연체율 상승에서 보듯 압박받고 있다. 경제 전체는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내부 격차는 커지고 있다. 이는 AI 테마와 과도하게 긴축적인 정책이 결합한 결과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에 집중해야 하나.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예외적인 경제이자 혁신의 중심이다.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상당 부분이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에 집중돼 있다. AI를 중심으로 한 혁신은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할 것이다. 통화 약세가 과도해질 경우 중앙은행의 개입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과 다른 국가 간 성장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성장의 중심은 여전히 미국이다.”
▶AI 외에 포트폴리오 분산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매도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싸다고 해서 무조건 매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라틴아메리카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저렴한 노동력과 미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덕분에 산업화가 가속될 가능성이 있다. 친시장 개혁과 정치적 안정성을 갖춘 국가는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고평가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헤지가 될 수 있다.”
▶향후 1년간 미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무엇인가.
“주택이다. 미국 주택 가격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으며, 하락 국면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크다. 주택 구매 여력은 35년 만에 최저 수준이고, 주택 구매용 모기지 신청은 30년 만에 최저다. 동시에 2022~2024년 사이 약 400만 채의 주택이 건설되며 공급은 급증했다. 수요 충격과 공급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이는 중산층 자산과 주택 가격에 부정적이다. Fed가 금리를 인하한다면 상황은 안정될 수 있다. Fed가 적절한 정책 조정을 한다면 미국 경제는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