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독립성 훼손되나

“새로운 Fed 의장은 시장이 좋을 때 금리를 인하하길 원한다. 나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의장이 될 수 없다.”
작년 3분기 미국 경제가 4.3% 깜짝 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올린 글이다. 좋은 거시 경제 뉴스가 나오면 Fed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우려에 되레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좋을 때 금리를 내려야 ‘경이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접을 통해 자신의 이런 생각을 구현할 인물을 찾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시장은 트럼프의 최측근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이는 월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트럼프와 너무 가까워 Fed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란 점에서다. 이 경우 ‘채권자경단’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케빈 워시 전 Fed 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 현 이사도 유력한 후보다. 두 사람 모두 원래는 매파적 성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 해싯에 비해선 독립적이겠지만, 두 사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초기부터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월가에선 그렇다고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새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2%대 초반으로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데다, 현재 기준금리가 경제 성장을 방해하지도 부추기지도 않는 ‘중립 금리’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월가 은행은 2026년 중 Fed가 현재 연 3.50~3.75%인 금리를 두 차례(총 0.5%포인트) 더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선 올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3.75~4.55%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대규모 감세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가 국채 발행량을 공격적으로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종전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네 차례 회동할 예정이다. 이 만남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에 세계 경제의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트럼프 2기 정부 들어 미·중 갈등은 크게 격화했다가 해소되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이 최고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며 포문을 열었고, 중국도 준비해 둔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로 맞섰다. 이 전쟁은 지난해 10월 말 부산에서 양국 정상이 6년 만에 만나면서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은 대중국 관세율을 낮췄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했다. 이후 양국은 서로 ‘역린’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 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1차 시금석은 4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수입하도록 하는 등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시 주석은 대만 문제 등 안보에 관련된 민감한 이슈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가 원만하게 마무리된다면 시 주석은 올해 중반 미국을 답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은 이후에도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두 차례 더 만날 수 있다. 양국 정상이 수시로 만나는 모습이 연출된다는 것은 긴장관계가 완화된다는 뜻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양국은 본질적으로 긴장 관계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관세 조정과 협력 확대는 이뤄질 수 있지만, 핵심 기술과 전략 자원에 대한 규제와 경쟁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안보 문제로 넘어가면 양국 간 대립은 더욱 두드러진다.
◇불확실성 키우는 美 중간선거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으로 갈지 여부를 가르는 시험대다. 2024년 선거에서 공화당은 대통령, 상원, 하원을 모두 휩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반 논란이 될 만한 정책까지 과감하게 밀어붙인 배경이다.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 중 하나라도 민주당에 우위를 빼앗길 경우 상당수 정책이 의회 벽을 넘기 어려워진다.올해 미국 의회 중간선거 대상은 상원 35석, 하원 435석이다. 6년 임기인 상원(100석)은 2년마다 3분의 1씩 선거를 치르는데 올해는 보궐선거 두 자리가 추가됐다. 35석 중 민주당이 방어해야 하는 의석이 13석이고 나머지는 모두 공화당이 방어해야 하는 자리다. 상원에서 공화당은 100석 중 53석을 보유하고 있다. 4석 이상을 빼앗겨 다수당 지위를 잃어버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일부 의석은 민주당이 가져갈 전망이다.
하원 435석은 전부 선거 대상이다. 하원에서 과반(218석)보다 겨우 2석 많은 220석을 보유한 공화당은 다수당 지위를 빼앗길 가능성이 상당하다. 미국 역사상 중간선거에서 여당은 대부분 의석을 뺏기는 쪽이었다. 물가 상승과 경제 양극화로 불만도 커진 상태다. 선거분석 전문 매체 쿡폴리티컬리포트는 ‘초박빙’ 지역을 20~25곳으로 분류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중 4~5석만 빼앗아 오면 다수당 지위를 되찾는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관세 정책 등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판가름 난다. 연초 대법원에서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오면 이를 대체할 다른 관세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복안이지만, 중간선거까지 질 경우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렇다고 미국이 과거의 자유무역 기조로 되돌아가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이는 세계 무역 질서의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워싱턴=이상은/뉴욕=박신영 특파원 se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