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율 20%까지 제한

3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를 대체거래소(ATS)에 준하는 수준의 공공 인프라로 재정의하려는 구상이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의결권 주식의 15%를 초과 소유할 수 없다. 금융회사·공모펀드 등이 금융위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15%를 초과 보유할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투자·미래에셋 등 증권사 7곳 등이 지분 6.64%씩을 나눠 가지고 있다.
정부가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를 손보려 하는 것은 소수 창업자나 주주가 거래소 운영 전반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재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또 업비트, 빗썸 등 상위 2개사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를 깨고, 다양한 사업자가 진입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현행 신고제를 인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핵심 축으로 거론된다. 지금까지는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인허가나 지배구조 심사 없이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은행을 통해 간접적인 관리·통제에 의존해 왔다. 법이 제정되면 거래소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 인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소유 분산 요건이 핵심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사업의 결합을 제한해 온 ‘금가분리’ 원칙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소유 분산 과정에서 제도권 금융사의 참여 없이는 시장 안정성과 감독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서다. 법안에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육성책과 함께 작동할 경우 개인 매매 중심의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이 기관 투자, 실물자산토큰화(RWA), 증권형토큰(STO) 등의 영역으로 고도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래소 몸집은 어른인데 지배구조나 이용자 보호체계는 여전히 어린아이 수준”이라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분 축소 불가피할 듯
법 시행 후 사업을 지속하려면 국내 5개 원화 가상자산거래소의 최대주주는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송치형 의장이 지분율 25.52%로 최대주주다.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를 보유하고 있다. 코인원은 창업자인 차명훈 대표가 개인회사 지분을 포함해 53.44%, 코빗은 NXC가 60.5%를 각각 쥐고 있다. 고팍스의 경우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지분율이 67.45%다. 거래소별로 최대주주 외에도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의 지분 축소는 불가피하다.이 때문에 당장 두나무와 코빗 편입을 각각 노리는 네이버와 미래에셋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페이와 두나무의 지분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손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페이가 두나무 지분을 100% 가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 제한에 걸린다. 이에 따라 지분 구조를 재설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코빗 인수를 계획하는 미래에셋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은 코빗의 최대주주 NXC와 2대주주 SK플래닛(31.5%)의 지분을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관련 규제가 현실화하면 미래에셋이 코빗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 시행 과정에서 충분한 유예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며 “지분 조정도 그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