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를 탔을 때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화질이 뚝 떨어지거나 화면이 멈춘 경험,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 체감이 숫자로 확인됐다. 4K 고화질 스트리밍(100Mbps) 기준 5G 요구속도 충족률이 고속철도에서는 전국 평균 대비 16.7%p 낮게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2025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평균 속도 대신 이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서비스별로 요구되는 속도를 충족했는지를 따지는 방식으로 처음 개편됐다. 그 결과 고속철도는 실내·지하철·고속도로 등 다른 이용 환경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고화질 스트리밍 기준 5G 요구속도 충족률은 전국 평균이 98.18%였지만 고속철도는 81.44%에 그쳤다. 반면 옥외지역(98.1%), 실내시설(98.73%), 지하철(98.56%), 고속도로(97.12%)는 모두 97% 이상을 유지했다. 웹검색(5Mbps)과 SNS 숏폼(20Mbps)은 전국적으로 99%대를 기록했지만, 속도가 많이 필요한 서비스로 갈수록 고속철도에서 품질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정부는 고속철도 구간의 낮은 충족률 원인으로 통신 3사가 설비를 나눠 쓰는 ‘공동망’ 구조를 지목했다. 열차 이동 속도가 빠르고 이용자가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환경에서 공동망 방식은 용량 부족과 품질 저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600개 평가 대상 중 5G 품질 미흡 지역 32개 가운데 고속철도 구간이 19개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도 문제로 지적됐던 고속철도 19개 구간을 재점검한 결과 14개 구간은 개선됐지만 KTX 천안아산?오송?대전?김천구미 등 5개 구간은 여전히 미개선으로 남았다. 연간 1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국가 핵심 교통 인프라에서 5G 품질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질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공동망 2.0’ 기술을 적용해 단독망에 준하는 수준으로 설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6년까지 경부·호남선 핵심 구간을 우선 개선하고 2027년까지 전국 고속철도 전 구간의 5G 품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공동망 2.0은 기존에 한 사업자의 장비를 나머지 사업자가 공유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 사의 장비를 추가 설치·연동해 용량을 늘리고 이용자를 분산 수용하는 구조다.
LTE 품질도 녹록지 않았다. 영상회의(45Mbps) 기준 LTE 요구속도 충족률은 전국 평균 74.2%로, 영상회의를 10번 이용하면 2~3번은 끊김이나 멈춤을 겪을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하철과 일부 실내시설에서 품질 미흡 사례가 집중됐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평가를 “이용자 체감 중심으로 전환한 첫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고속철도처럼 국민 불편이 반복되는 구간을 명확히 드러내고, 설비 투자로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평가의 목적”이라며 “향후 5G 단독모드(SA) 전환에 대비한 지표 개발을 통해 통신 인프라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