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기술력을 높인 중국 토종 메이커들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6일 중국자동차유통협회에 따르면 BMW·메르세데스 벤츠·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3사의 올해 중국 판매량은 두 자릿수 급감했다. BMW는 1~11월 중국 판매량이 52만8000대로 전년 동기대비 14.7% 감소했다. 벤츠와 아우디는 같은 기간 각각 51만8000대를 판매했는데, 전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18.7%, 13.3%에 달한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로컬 브랜드의 기술력이 높아진 가운데 경기 둔화로 중국 부유층이 독일산 고급 차를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설팅업체 EY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분기 39.4%에서 올해 3분기 28.9%로 줄어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포르쉐는 중국 내 대리점을 144곳에서 80곳으로 줄였다.
반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입지는 커지고 있다. 중국 화웨이가 올해 5월 장화이자동차와 협업해 출시한 프리미엄 전기차 ‘쥐제(마에스트로) S800’은 출시 202일 만에 인도량이 1만 대를 돌파했다. 마에스트로 S800은 중국에서 판매가 10만달러(약 1억4600만원) 이상인 차량 가운데 포르쉐 파나메라와 벤츠 S클래스 등을 제치고 현재 판매량 1위다.
비야디(BYD)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 ‘덴자’는 11월에만 1만325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덴자는 다임러와 BYD가 합작해 만든 브랜드로, 지난해 다임러는 해당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중국 로컬 브랜드 점유율은 2010년대만 해도 40% 수준이었지만, 전기차 판매 호조 등에 힙입어 올해 1~11월 기준 65%로 치솟았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35%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 쉽게 돈 버는 시절이 지났다(easy money is gone)"고 평가 하기도 했다.
한국 완성차 업체도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개발한 첫 전용 전기차인 ‘일렉시오’를 지난 10월 말 출시했지만, 11월 한 달간 판매량은 221대에 그쳤다. 일렉시오의 중국 판매 가격은 11만9800위안(약 2460만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했음에도 토종 브랜드에 밀려 현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현대차는 중국의 자동차 수출로를 활용해 베이징현대를 수출 기지로 전환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의 올해 1~10월 판매량은 16만1812대로 작년 연간 판매량(15만4000대)을 이미 넘어섰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