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가 고평가 논란을 이유로 거리를 두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데이터·방위 기술 기업 팰런티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기록한 팔란티어가 개인투자자 시장의 대표적 ‘스타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CNBC는 25일(현지시간) 시장 데이터업체 반다트랙의 자료를 인용해 개인투자자들이 2025년 한 해 동안 팔란티어 주식을 순매수 기준으로 약 80억달러어치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대비 80% 이상 늘어난 규모로, 2023년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400%를 웃돈다.
팰런티어는 올해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 5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선 종목은 테슬라, 엔비디아 등 초대형 기술주와 미국 증시 전반을 추종하는 S&P500 ETF 등이다.
팰런티어 주가는 2025년 들어서만 150% 이상 급등했다. 최근 3년 누적 상승률은 약 3000%에 달한다. 같은 기간 S&P500 상승률(약 80%)과 나스닥 상승률(120% 내외)을 크게 웃돈다.
2020년 상장 이후 팰런티어는 정부와 민간 기업을 동시에 고객으로 두고 있어 ‘정체가 모호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정부와 대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분석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AI 도입 확산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 효율성 강화와 국방력 확대를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 역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프트웨어 업종 전문 투자은행가 팩스턴 얼은 “한동안 ‘팰런티어가 도대체 뭘 하는 회사냐’는 농담이 따라다녔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사업 구조가 매우 탄탄하다”며 “매출이 군사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페라리나 웬디스 같은 민간 소비자 기업들과도 협업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팰런티어는 개인투자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일반적으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애널리스트와 언론 질문만 받는 다른 대형 기업들과 달리, 팰런티어는 개인투자자들의 질문도 받아왔다.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공개한 영상에서 “기존의 낡은 통념을 넘어 회사를 바라봐 준 개인투자자들에게 깊이 감사한다”며 개인주주들을 직접 언급했다. 이 같은 행보는 레딧의 투자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 등 소셜미디어에서의 높은 관심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팰런티어는 2025년 여러 차례 해당 게시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종목으로 집계됐다. 다만 일부 투자 인플루언서들은 전쟁 기술 및 미 이민세관단속국(ICE)과의 협업을 이유로 윤리적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열기와 달리 월가의 시각은 상대적으로 냉정하다. LSEG 집계 기준 팰런티어에 대한 애널리스트 평균 의견은 ‘보유(Hold)’다.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길 루리아 D.A. 데이비슨 기술 리서치 책임자는 CNBC에 “팰런티어의 밸류에이션은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사실상 투자 검토 대상이 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현재 주가수익비율은 약 450배로, S&P500 평균(약 28배)을 크게 웃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팔란티어의 ‘미국 방어와 기술 주권을 지키겠다는 야심찬 비전’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알렉스 카프 CEO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비유하며 “강력한 서사를 통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