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 가격이 단기 급등하면서 뒤늦게 ‘포모’(FOMO·소외 공포감)에 시달리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슈퍼개미와 투자고수들은 “주식 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리겠다는 목표는 허황된 꿈”이라며 “연평균 5~10% 수익률을 목표로 자산을 모으라”고 조언했다. 손해를 감수하고 매도해야 하는 손절매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에 도달하면 망설이지 말고 명확하게 매도하라는 당부도 내놨다.
◇ “레버리지 투자 땐 20일 이평선 체크”
24일 한국경제신문이 인터뷰한 투자고수들은 최근의 주식 투자 열풍에 대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0년대 중반 수익률 2500%를 달성하며 ‘슈퍼개미의 전설’로 불리는 남석관 베스트인컴 회장은 “경기는 좋지 않은데 실물자산 가치와 원·달러 환율이 뛰면서 투자자의 마음이 다급해진 데 따른 현상”이라고 말했다.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선 대부분의 전문가가 우려를 표했다.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증시의 연평균 수익률이 10% 수준인데 ‘주식 해서 집 사겠다’는 생각은 비논리적인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산 가격 급등과 원화 가치 하락의 돌파구가 주식 투자가 될 순 없다”며 “연 5~10%라는 현실적인 목표 수익률을 세우지 않으면 무리하게 투자하다가 손실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알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저점 매수’라는 철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많았다. 남 회장은 “‘저가에 매수해 비싸게 판다’는 게 주식 투자의 기본 원칙”이라며 “최근 기업 분석 없이 주가가 급등한 뒤 추격 매수를 반복해 손실을 키우는 개인이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저점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만 손을 대야 한다는 조언이다. 2023년 하반기 한경스타워즈 우승자인 황재수 신한프리미어판교지점장은 “레버리지 ETF는 무조건 방망이를 짧게 잡고 휘둘러야 한다”며 “비용 구조 때문에 길게 가져갈수록 투자자가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황 지점장은 “손실이 10%에 이르면 미련 없이 손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짧은 기간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더라도 기업 실적은 꼭 챙겨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베스트 PB’로 꼽힌 김동규 한국투자증권 PB는 “실적과 함께 20일 이동평균선 상향 돌파 여부, 150% 이상 늘어난 거래량 등을 챙긴다”고 말했다.
◇ “10% 손실 땐 손절 망설이면 안 돼”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높아진 기업은 최대한 자주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황 지점장은 “매주 EPS 추정치가 올라가는 종목을 따로 정리해둔다”며 “목표주가가 상향되는 종목을 추린 뒤 EPS 추정치가 높아지는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시장 주도 업종의 대형주와 중소형주 비중을 적절히 섞는 전략도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황 지점장은 “반도체 대장주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을 같이 편입하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 투자할 땐 ‘업계 1등 주식’이 안전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김 PB는 “주도주만 꺾이지 않으면 해당 업종의 주가 상승세는 지속될 확률이 높다”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8~15% 손실이 나면 미련 없이 매도한다는 전문가가 대부분이었다. 황 지점장은 “다시 같은 종목을 사더라도 손실률이 7~10%에 도달하면 무조건 손절한다”며 “수익률이 -20% 정도에 이르면 아예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이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급함 때문에 매수·매도를 반복하는 개인의 투자 행태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용 대표는 “회사 가치보다 주가가 쌀 때 매수해 긴 시간을 버텨내야 수익이 난다”며 “시간이 많이 흐를수록 주식의 변동성은 희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 PB는 “움직이는 투자가 보상을 받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도주는 물론 기관·외국인의 순매수세 방향이 시시각각 변한 올해와 같은 장에선 실시간으로 포트폴리오 종목을 바꿔가며 대응하는 역량이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남 회장은 “인공지능(AI) 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와 최근 많이 하락한 조방원(조선·방위산업·원자력)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 지점장은 비만 치료제와 우주, 로봇 등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올해 초 연 주식투자대회 ‘제6회 로드 투 펀드매니저’ 우승자 이주호 씨(한양대 경제학과)는 “이중항체 바이오 기술 수출 관련주와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관련주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성미/류은혁/맹진규 기자 smsh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