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도매시장 비중 미미”
공정위는 이날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현시점에서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보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사후 제재를 통해 의약품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의 의약품 도매업 허가를 전면 금지할 경우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위축시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이는 대통령실이 ‘타다금지법’ 사례를 언급하며 “같은 전철을 밟지 말자”고 한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타다금지법은 2020년 승차 공유 서비스에 반발한 택시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민주당 주도로 규제가 강화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정위는 “향후 의약품 도매상을 겸영한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가 성장할 경우 의약품 도매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비대면 진료 시장이 아직 도입 초기 단계고 현재 의약품 도매시장에서 이들 중개업자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 제한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닥터나우는 지난해 3월 의약품 유통업에 진출했다. 비대면 진료로 처방을 받고도 인근 약국에 재고가 없어 약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닥터나우는 현행 약사법이 의사와 약국 개설자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약국 재고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운 약국을 연결하고, 제휴 약국에는 도매 기능을 통해 의약품을 직접 공급하는 구조를 구상한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이 도매상 역할을 하며 일부 약국과 제휴할 경우 ‘신종 리베이트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해당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복지위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아직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않았다. 본회의 상정에 앞서 정부와 여당이 나서 양측이 타협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모색해 보자는 판단에서다.
◇공정위 판단, 반전 계기 되나
국회 스타트업·벤처기업 연구모임인 ‘유니콘팜’을 중심으로 여야 의원들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관계 부처 간 조율에서 아직 가시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중기부 관계자는 “복지부와 실무선에서 조율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중기부 의견에 힘을 실어준 사실이 공개되면서 복지부와 중기부 간 타협안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퍼지고 있다. 복지부는 닥터나우와 다음주 간담회를 열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대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있다.김 의원은 “문제가 되는 행위가 있다면 행위 규제로 다루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행 개정안이 최선인지, 더 적은 규제로 같은 목표를 달성할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형창/최해련 기자 call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