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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미우미우는 왜 스트리트 브랜드와 손잡았을까[박연미의 럭셔리 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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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미우미우는 왜 스트리트 브랜드와 손잡았을까[박연미의 럭셔리 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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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패션의 가장 흥미로운 현상을 꼽으라면 단연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럭셔리 하우스와 스트리트 브랜드가 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려웠다. ‘고급과 대중’, ‘패션과 기능’, ‘예술과 상업’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오랫동안 패션의 위계를 지탱해온 질서였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이러한 구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한 방향으로 전달되는 브랜드 이야기를 수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직접 창작하고 해석하고 패션의 언어를 새롭게 편집한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콜라보레이션은 권위의 해체이자 창조의 재조립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했다.


    그것은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문법, 럭셔리의 새로운 언어다.
    서로 다른 DNA가 만든 하나의 서사
    패션 산업의 역사에서 협업의 개념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예술과 패션 간의 교류와 상호 영향 속에서 형성된 문화적 산물이었다. 그 기원은 1960~1970년대 예술과 패션이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던 시대가 출발점이다. 서로의 언어를 빌려 새로운 미학을 실험하던 시대의 유산이다.


    입생로랑은 1965년 피에트 몬드리안의 회화에서 영감을 받아 화폭의 추상 미학을 드레스 위로 옮겼다. 이 드레스는 회화와 패션의 경계를 무너뜨린 최초의 예술적 협업으로 기록된다. 당시만 해도 브랜드와 예술가의 만남은 ‘이벤트’가 아닌 예술의 언어로 패션을 해석하려는 ‘실험’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콜라보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패션 하우스들은 하나의 세계 안에 머무르지 않고 타 브랜드, 타 산업, 타 세대와의 교차점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감각의 문법을 만든다. 이제 협업은 단순한 제품의 결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DNA가 만나 하나의 세계가 탄생된다.
    협업의 새 형태…코크리에이션의 시대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흐름은 단순한 콜라보레이션이 아니라 한 단계 더 확장된 코크리에이션(Co-Creation)의 시대다. 즉 ‘함께 일하는 것’을 넘어 ‘함께 창조하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의 협업이 효율과 마케팅 중심의 기능적 연합이었다면 코크리에이션은 서로 다른 세계관이 만나는 공동 창작의 실험실이다. 디자이너·소비자·지역 커뮤니티·예술가·기술 기업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을 함께 만든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결과물보다 과정의 가치, 즉 참여를 통한 서사적 공감이다.
    루이비통과 쿠사마 야요이가 함께 만든 '감각의 세계'

    루이비통이 일본의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와 함께한 프로젝트는 코크리에이션의 대표적 사례다. 이 협업은 단순히 예술가가 브랜드를 장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쿠사마의 세계관 전체를 루이비통의 언어로 재해석한 공동의 감각적 서사였다. 매장 외관·쇼 윈도·제품, 심지어 디지털 캠페인까지 쿠사마의 도트 패턴이 하나의 몰입형 경험으로 확장했다. 소비자는 ‘예술을 입는 행위’를 넘어 예술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했다.



    이처럼 코크리에이션은 제품이 아닌 ‘체험’을 중심으로 한다. 브랜드와 예술이 공동으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할 때 그 경계는 완전히 사라진다.



    미우미우와 뉴발란스의 결합…감성 하이브리드

    미우미우와 뉴발란스의 협업은 전통적 럭셔리와 스트리트 감성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미학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한 디자인 결합이 아니다. 두 브랜드는 각각의 팬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디자인 과정에 대한 피드백과 감성적 반응을 수집했다. 소비자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창작 과정의 일부로 참여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이 협업은 ‘레트로 스포츠’라는 공통 감성을 재해석하며 소비자들의 감정이 브랜드의 창의적 방향을 이끌어가는 진정한 코크리에이션의 형태를 보여줬다.

    몽클레르 지니어스…집단 창조의 실험실

    몽클레르는 2018년 전통적인 디자이너 중심 구조를 해체하고 ‘몽클레르 지니어스’라는 혁신적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는 단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닌 다수의 글로벌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동시에 참여하는 창조 공동체다.


    몽클레르 지니어스의 2023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FRAGMENT 디자인, 팜 엔젤스 등의 글로벌 브랜드와 록 네이션의 제이지, 알리샤 키스,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 협업 파트너들로 관심을 끌었다.

    패션 브랜드에는 릭오웬스, 질 샌더, 사카이의 아베 치토세 등 각기 다른 미학을 지닌 디자이너들이 몽클레르의 헤리티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했으며 2025년 에드워드 에닌풀과 함께 새로운 지니어스 컬렉션 ‘몽클레르×EE72’도 선보였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같은 주제를 탐구했다. 몽클레르는 그 다양한 결과물을 하나의 컬렉션 공동체로 묶어냈다. 지니어스는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코크리에이션의 총체다. 브랜드가 크리에이티브를 통제하지 않고, 여러 창작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 결과, 몽클레르는 ‘다운 재킷 브랜드’라는 한계를 넘어 다성적(多聲的) 브랜드 서사를 구축하며 현대 패션의 가장 진보적인 집단 창작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로에베×On, 프라다×아디다스, 디올×스톤아일랜드, 자크뮈스×나이키 등과 같은 협업들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들은 더 이상 파트너를 외부 협력자로 머물지 않고 서로를 공동 창작자로 인정한다. 장기적 비전을 함께 설계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작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협업은 제품보다 가치, 디자인보다 철학, 트렌드보다 지속성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럭셔리와 스트리트 브랜드의 만남

    고가 명품과 저가 브랜드의 만남은 이제는 익숙한 전략이다. H&M은 칼 라거펠트를 시작으로 마르지엘라, 발망, 꼼데가르송 등 수많은 럭셔리 하우스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에는 대중적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높이고 잠재 고객에게 브랜드를 착용하게 하는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이너의 감성을 소유할 기회를 제공하며 매 시즌 거대한 이슈를 만들어냈다.
    "또 콜라보야?" 피로감도

    모든 협업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표면적 화제성만 노린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즉시 간파됐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브랜드의 철학적 일관성과 진정성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예컨대, 한정판 제품만 출시하고 의미 있는 서사나 철학을 담지 못한 협업은 피로감을 낳는다. “또 콜라보야?”라는 반응이 바로 그 경고음이다.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은 단순히 ‘함께 했다’가 아니라, ‘왜 함께했는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한다. 그 메시지가 브랜드의 가치와 일관될 때, 비로소 협업은 진정한 시너지를 낳는다. 스텔라 매카트니와 에르메스의 마이셀(Mylo) 협업처럼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럭셔리를 공유한 사례는 그 좋은 예다. 그들은 새로운 가죽 대체 소재를 실험하며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이라는 공통 철학을 제품에 녹여냈다. 이런 협업은 단순히 트렌드가 아니라 미래 가치에 대한 선언이다.
    협업…탈경계의 미학

    콜라보레이션은 패션의 외형적 변주를 넘어 ‘경계를 해체하는 철학’을 상징한다. 그것은 단지 브랜드 간의 연합이 아니라 패션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의 핵심에는 공존이라는 개념이 있다. 고급과 대중, 과거와 미래, 아날로그와 디지털, 장인정신과 기술혁신, 이 모든 것이 대립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을 콜라보레이션은 보여준다. 결국 콜라보레이션은 패션 언어 확장이다. 서로 다른 세계가 부딪히고, 섞이고, 결국 하나의 서사로 융합될 때 그 속에서 브랜드는 젊음을 얻고 문화는 새롭게 태어난다.

    박연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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