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경기 용인 수지구에서 전용면적 84㎡, 이른바 '국민평형' 분양가가 15억원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등장했습니다. 이 단지가 시장의 외면을 받을 고가 분양 사례로 남을지, 아니면 주택 가격 상승을 반영한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을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24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15일~21일)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단지는 용인 수지구 '수지자이에디시온'입니다. 지난 19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한 이 단지에는 4만4226명이 몰려 뜨거운 관심도를 드러냈습니다.

수지자이에디시온은 지하 3층~지상 25층 6개 동, 480가구 규모로 조성됩니다. 전용 84㎡부터 155㎡까지 모든 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입니다. 수지구에서 약 9년 만에 공급되는 신축 아파트 단지인데다 신분당선 수지구청역과 동천역을 이용할 수 있어 강남과 판교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신분당선으로 판교까지는 3정거장, 강남까지는 7정거장이면 닿습니다. 학원가와 학교가 인접해 학부모 수요가 두텁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다만 전용 84㎡가 최고 15억6500만원에 달하는 분양가는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인근 풍덕천동 일대 구축 아파트 전용 84㎡ 시세가 11억~12억원대에 형성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축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훌쩍 넘어서기에 일부에서는 광명이나 과천 수준의 가격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수지가 경기 남부권에서 상급지로 꼽히고 일대에 신축이 없기에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면서도 "대출 이자 등을 감안할 때 국평 15억원이라는 금액은 부담감을 떨쳐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발코니 확장과 특화 설계를 기본 적용하면서 추가적인 옵션 부담을 줄였지만, 3.3㎡당 4600만원대 분양가는 다소 실험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지역 내에서는 분당과의 '갭 매우기' 국면이 시작됐을 뿐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과거 수지 시세가 분당의 약 65% 수준을 유지했고, 분당의 국민평형 가격이 20억원 중반대를 넘어선 만큼 수지 집값도 오르는 게 당연하다는 해석입니다.
풍덕천동 A 공인중개 관계자는 "2017년 이후 일대 신축이 없어 죄다 구축인데다, 수지자이에디시온 이후로는 신축 단지가 들어온다는 기약도 없다"며 "분당 집값이 많이 오른 만큼 키 맞추기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습니다.
인근 B 공인중개 관계자도 "지금 당장 15억원이라고 하면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입주 시점에서도 비싼 가격일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역에서 강남까지 30분이면 닿고 학군까지 갖춘 신축 아파트의 미래가치를 고려하면 청약 수요자가 몰릴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일단 시장은 수지 지역에 9년 만에 나온 신축 아파트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서도 대기줄이 건물 밖까지 이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내부는 오가는 방문객과 상담 대기표를 받으려는 인파가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분양 관계자는 "분당과 수지는 경기도 전체 인구의 16%가 거주하고 있지만, 2028년까지 신규 입주 예정인 단지가 한 곳뿐일 정도로 공급 절벽이 심각한 곳"이라며 "안전을 위해 유니트 입장 인원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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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