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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美 독립 250년, '상식'은 진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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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美 독립 250년, '상식'은 진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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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인간도 아닌데 보름달이 뜰 때마다 이상한 호르몬이라도 솟구쳤나. 매월 보름밤이면 어김없이 모여 수다를 떨던 영국 버밍엄의 만월회(Lunar Society). 바로 그 모임에서 현대가 태동했다. 참가자들의 면면이 놀랍다.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 영국 최고의 의사 이래즈머스 다윈, 명품 도자기 산업의 개척자 조사이아 웨지우드, 산소를 발견한 조지프 프리스틀리, 무기 제조업자 새뮤얼 골턴, 그리고 전설적 투자자 매슈 볼턴. 가끔은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과 벤저민 프랭클린과도 교류했다. 허세 만발 귀족? 당연히 사양이다. 과학이 발전하면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하나라도 보탬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었다.

    1660년 출범한 왕립학회는 고담준론이나 즐기는 인간들의 잘난 척 경연장으로 변질됐다. 이름부터 ‘왕립’인데 오죽했을까! 그런 꼴 보기 싫은 사람들끼리 만나 토론하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죽이 맞은 다윈과 웨지우드는 사돈까지 맺고 찰스 다윈이라는 손자를 세상에 내놓는다. 와트의 아이디어에 볼턴이 투자하니 증기기관이 떡하니 나왔고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1776년! 스코트족의 촌동네라고 멸시하던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학에서 장비나 수리하던 제임스 와트가 역사에 등장하는 순간이다. 혁명은 변방에서 시작됐다.


    그 글래스고대에 평생 결혼도 안 하고 엄마와 살면서 윤리 문제를 파고들던 교수가 하나 있었다. 낯가림, 말더듬증에 괴팍한 성격, ‘여성공포증’까지 골고루도 갖춘 그 교수, 옥스퍼드로 유학을 갔지만 여긴 진짜 아니라며 때려치운다. 그러고 나서 내놓은 <도덕감정론>이 뜨면서 유럽의 셀럽이 됐다. 그런 양반이 연구실에서 오랫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한 결과를 책으로 내놨다. 1776년!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 줄여서 <국부론>이라 부르는 책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정부가 여기저기 ‘관세’와 제한을 부과해 이권을 챙기려 들지 말고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에 맡기는 게 국민들을 위해 백배 낫다는 주장. 난해한 이론에 1000쪽이 넘는 그 벽돌책이 놀라운 ‘경제혁명’을 일으켰고 현대자본주의가 태동했다. 그런데 책 제목을 잘 보시라. 복수형인 Nations다. ‘영국만’이 아니라 모두가 다 잘 먹고 잘살자는 논리다. 이 또한 변방의 혁명. 제임스 와트, 매슈 볼턴, 애덤 스미스는 모두 영국 지폐의 모델이었다. 한편 이도(세종), 이황(퇴계), 이이(율곡), 이순신, 또 한 분은 이씨 아들 잘 키우신 분, 어떻게 이씨에다 조선시대 ‘양반님’들의 천하평정이다. 다들 출중하시지만 섭섭함이 없지는 않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1776년! 만월회와 어울리던 두 명을 중심으로 한 무리의 신사들이 13개 연합 아메리카주의 만장일치 선언문, 줄여서 ‘독립선언문’이라 불리는 걸 발표했다. 당시 영국은 온 동네 전쟁에 개입한다고 국가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누가 그러라고 등 떠밀었나? 자기들 좋아서 한 짓으로 빚이 늘었으면 알아서 할 일이지 왜 애먼 미국인들에게 논의도 없이 ‘관세’를 부과하냐고! 관세로 촉발된 그 선언, ‘정치혁명’의 시작이자 ‘민주공화정’이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역시 변방. 그런데 트럼프의 학교 선생님들은 관세가 그렇게 무섭다는 걸 역사시간에 안 가르치고 뭐 했나!

    그런데 왜 하필 1776년에 산업과 경제, 정치에서 혁명이 한번에 터졌을까? 그 일이 있기 전, 이성과 합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과학적 사고가 중세적 시스템에 대응하며 변화압을 반복적으로 누적해왔다. 그 힘이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한번에 터진 거다. 그 1776년, 토머스 페인의 <상식>이 출간됐다. 지금의 ‘질곡’을 타파하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으로 바꾸자는 주장인데 인구 300만 미국에서 50만 권이 단번에 판매됐다. 다들 상식에 목말라 있었던 거다. 250년이 흐른 2026년, 우리 세상은 얼마나 그 상식에 부합할까? 지난 한 해, 계엄과 관세라는 비상식에 속앓이한 변방 한국에서 그 상식에 부합하는 혁명적 전환을 고대한다. 와중에 훗날 지폐의 인물이 될 영웅도 몇 등장하면 좋겠다. 성씨는 좀 다양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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