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평생을 인술에 매진해 온 원장님들에게 ‘병원 경영’은 늘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특히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키워온 병원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존 병원을 인수하는 병원 양도양수 계약은 단순한 부동산 거래를 넘어 복합적인 경영 판단을 요구합니다.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사례는 한순간의 방심이 막대한 세금 부담이나 장기적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병원 양도양수 계약 과정에서 원장님들이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1. ‘권리금’의 함정, 감이 아닌 데이터로 검증하라
병원 양도양수 계약의 핵심은 단연 권리금입니다. 병원 경영에서의 권리금은 기존 원장님이 구축해 온 진료 시스템, 인지도, 환자 차트 등 무형의 영업권과 인테리어·의료장비 등 유형 자산의 가치를 종합한 대가입니다. 즉, 인수 원장이 개원 초기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곧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의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계약이 여전히 ‘친분’이나 “월 매출 얼마는 나온다”는 막연한 설명에 의존해 체결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권리금은 결코 감이나 기대치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다음과 같은 객관적 실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첫째, 매출의 질을 분석해야 합니다. 총매출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입니다. 비급여 비중이 과도하게 높거나, 단기 이벤트에 의존한 매출은 양도 이후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속 가능한 보험급여 매출과 재방문 환자 비율을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유효 차트의 선별이 필요합니다. 차트 수가 많다고 해서 안정적인 환자 기반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1년 내 실제 내원 이력이 있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신규 환자 유입 경로는 무엇인지를 점검해야 권리금의 거품을 걷어낼 수 있습니다.
셋째, 영업권 평가의 제도화입니다. 세무 당국은 권리금 액수의 적정성을 엄격히 검증합니다. 근거 없는 고액 권리금은 향후 증여세나 법인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전문 감정평가나 객관적인 가치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산정 근거를 문서화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고용 승계와 퇴직금, ‘인사의 시한폭탄’을 제거하라
병원의 자산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동시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는 인력입니다. 의료진과 직원의 안정적인 승계는 진료의 연속성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고용 승계에 따른 법적·재무적 책임을 간과할 경우 이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됩니다.
우선 퇴직금 정산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병원의 포괄 양도양수가 이루어질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그대로 승계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전임 원장 재직 기간에 발생한 퇴직금 적립액에 대한 책임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인수 원장이 향후 수년치 퇴직금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양수 시점에 근로계약서 재작성은 필수 절차입니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갱신이 아니라, 기존 체제에서 발생한 관행적 약속이나 잠재적 노무 리스크를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연차 잔여 일수, 각종 수당, 비공식 복지 항목 등을 전수 조사해 새로운 운영 기준에 맞게 정비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3. ‘포괄양도양수’ 판단과 세무 리스크 관리
병원 양도양수 과정은 과세당국의 주요 점검 대상입니다. 자산과 부채 구조가 복잡한 만큼, 세무 처리 오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업의 포괄적 양도양수’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부가가치세 과세 여부가 결정되며, 이를 잘못 판단할 경우 거래금액의 10%에 달하는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부담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수금과 미지급금 처리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카드 매출 미수금, 의약품 및 의료기기 대금 등 채권·채무를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산할 것인지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세무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계약 이후의 사후 세무 관리 역시 중요합니다. 양도인은 수령한 권리금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가 있으며, 양수인은 지급한 권리금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해 감가상각을 통한 비용 처리를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류가 바로 원천징수 의무 누락입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산세 부담은 물론 비용 인정 자체가 부인될 수 있습니다.
결국 병원 양도양수의 성패는 세무와 노무 리스크를 얼마나 철저히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병원은 단순한 사업장이 아니라, 원장님의 철학과 지역 사회의 신뢰가 축적된 공간입니다. 따라서 양도양수는 단순한 부동산 거래가 아닌 경영권 이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계약서의 한 줄, 특약 하나가 병원의 자산 가치를 좌우합니다. 절세와 리스크 방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와 협업해 치밀한 로드맵을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실패 없는 병원 밸류업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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