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제약사들이 ADEL-Y01을 들여오는 데 한발 물러설 때 오스코텍은 선구안으로 기회를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ADEL-Y01 사노피 기술이전 설명회’를 개최해 “좋은 선구안과 과감한 도전, 그리고 축적된 역량이 어우러져 이번 성과를 만들어 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렉라자’의 원개발사 오스코텍이 최근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16일 오스코텍은 항체치료제 ‘ADEL-Y01’을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다. 계약 총규모는 선급금 8000만달러를 포함해 최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10억4000만달러(약 1조5300억원)다. 향후 상업화 여부에 따라 최대 10% 이상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오스코텍은 2020년 국내 비상장사 아델과 ADEL-Y01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임상 개발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왔다. ADEL-Y01은 글로벌 임상 1상 단계이며 향후 사노피가 임상 개발과 상업화, 생산을 담당한다. 사노피와 체결한 계약에 따른 이익은 오스코텍 47%, 아델이 53%를 배분받는다.
ADEL-Y01은 타우 단백질을 타깃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 축적이 대표적인 병리 기전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허가받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다. 타우 단백질 타깃 신약은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에 도전했지만 임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스코텍이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ADEL-Y01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은 윤 대표의 선구적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아직 글로벌 제약사들조차 타우를 확신하지 못하던 시점에, 윤 대표는 질병의 본질과 개발 흐름을 동시에 읽고 ADEL-Y01에 베팅했다.
윤 대표가 ADEL-Y01을 처음 검토하던 시점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임상 2·3상에 대거 진입하던 때였다. 그러나 동시에 일부 임상 실패가 이어지며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 자체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있었다. 윤 대표는 당시 “아밀로이드 가설이 흔들린다면, 알츠하이머 치료의 다음 축은 타우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 2020년 아델이 개발 중이던 초기 물질 ADEL-Y01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아델은 국내 내로라하는 여러 대형 제약사들과 타우를 표적하는 초기 단계 항체에 대한 기술이전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민 제약사들은 기전과 임상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기술이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스코텍은 이 물질이 가진 차별성과 가능성에 주목해 공동 개발에 나선 것이다.
윤 대표의 선구안은 타우라는 표적 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타우 응집과 전파 과정에서 어디를 잡아야 실제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타날 무렵 이미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뇌 전반에 퍼져 있지만, 이후의 병의 악화는 타우 응집체가 신경망을 따라 확산되며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ADEL-Y01은 이러한 판단 아래 타우 응집체의 ‘코어’에 가까우면서도 항체가 접근 가능한 지점을 겨냥했다. 윤 대표는 “타우 응집의 핵심은 R3~R4 영역이지만, 코어 내부는 항체 접근이 어렵고 주변부는 병적 전파와 거리가 있다”며 “이 사이에 존재하는 ‘스윗 스팟’이 실제 치료 효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선택했고, 이는 실제 비임상 실험에서 경쟁 물질 대비 타우 응집 억제 데이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은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오스코텍은 항체 신약 개발 경험이 없는 바이오텍이었고, 기존 임상 파이프라인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재무적 여유가 크지 않았다. 김정근 고문(오스코텍 최대주주)은 국내 대형 제약사들조차 초기 타우 항체 물질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던 상황에서 윤 대표의 연구 방향에 지지를 보냈다. 김 고문은 렉라자 계약금으로 확보한 자금을 종잣돈 삼아 공동개발에 나서는 결단을 내렸다.
공동개발 과정에서 오스코텍은 PK·독성·IND 인에이블링을, 아델은 CMC와 후보물질 생산을 맡는 역할 분담을 정립했다. 임상 단계에 들어서서는 오스코텍이 주도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아델은 사업개발에 집중했다. 이는 물질의 원천 특허가 아델에서 출발했지만, 임상 경험과 개발 완성도는 오스코텍이 책임지는 방식이었다.
사노피와의 기술이전 계약 구조 역시 이러한 판단의 연장선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의사결정 주체가 여러 개인 3자 계약을 꺼린다는 점을 감안해, 사노피는 아델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아델이 수령하는 수익의 47%를 오스코텍이 배분받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공동개발 계약 당시 물질의 소유 구조와, 사노피가 요구한 지적재산권 범위가 기존 공동개발 범위를 넘어섰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윤 대표는 ADEL-Y01을 통해 오스코텍이 ‘렉라자 원툴(one-trick pony)’ 기업이라는 인식을 벗어나는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ADEL-Y01은 단순한 한 건의 기술이전이 아니라 ‘선구적 가설 선택 →과감한 투자→축적된 개발 역량’의 결합이 글로벌 제약사의 평가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오스코텍은 ADEL-Y01이 계약금에 그치지 않고 임상과 허가 단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물질, 즉 제2 렉라자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 대표는 “ADEL-Y01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오스코텍에는 아직 수면 아래 준비된 것들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12월 19일 15시7분 게재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