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당의 경제 공부모임에서 재벌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불신 문제를 꺼내 들며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을 공개 질타했다.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삼성물산 합병과 LG 물적분할을 직접 거론하며 "재벌 중심의 구조 개편이 박스피(횡보장)를 만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경협이 민주당과 단독으로 행사를 진행한 건 지난 3월 이재명 당시 당대표와 류진 한경협 회장의 회동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공부모임인 경제는민주당 주최자인 홍성국 전 민주당 의원(혜안리서치 대표)이 "민주당과 한경협이 처음으로 공개적인 '거래'를 텄다"고 표현할 만큼 상징성이 컸다. 그러나 규제·자본시장·지배구조를 둘러싼 인식 차가 선명하게 드러난 자리였다.
오기형 "세습 경영이 혁신 가로막아"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경제 공부모임 ‘경제는 민주당’ 강의·토론 자리에는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한경협 산하 연구기관)이 참석해 2026년 경제 전망과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오기형·유동수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날 선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오기형 의원은 "한경협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사실상 처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5년 삼성물산 합병 이후 국민연금이 국정농단에 이용되면서 자본시장이 지난 10여 년간 '박스피'에 갇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와 주주 뒤통수 논란이 반복됐고, 이것이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 의원은 재계가 요구하는 '규제 완화'의 대가로 소송·배상 리스크 확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계가) 말로는 사후 규제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같은 민사적 책임 강화에는 반대해왔다"고 꼬집었다. 형사처벌 위험을 줄이려면 민사 영역에서 책임이 강화되는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경제지의 사설에서도 재계의 이런 입장이 '이율배반적'이라고 썼다는 점을 언급했다.
오 의원은 한경협 회원사들이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오 의원은 "세습 경제 구조 속에서 새로운 기업과 청년들은 기술 탈취를 당하고 있다"며 "한경협 기업에 있는 주된 경영진들이 과연 창의적으로 대한민국 국가 관계를 실제 끌고 갈 능력이 있으면 그걸 평가받고 계속 가시지 그렇지 않고 기득권 지키기로 해버리면 오히려 더 힘들다"고 강조했다.
유동수 "실현 가능한 규제 완화안 달라"

유동수 의원도 한경협을 향해 보다 직접적인 주문을 던졌다. 유 의원은 "규제 완화를 계속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어떤 규제를 어떻게 풀자는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적이 거의 없다"며 "통계나 총론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10대 규제 완화안’ 정도는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고, 여기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당론과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한경협이 진정으로 규제 개편을 원한다면, 왜 그 규제를 풀어야 하는지까지 포함한 구체 패키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또 인구 구조 변화와 부동산 문제를 함께 거론하며 "인구 감소가 산업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며 "이 인식 전환이 있어야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철 원장은 한경협이 재벌 기업만 대변한다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정 원장은 "우리는 더 이상 전경련이 아니라 한국경제인협회"라며 "한국 경제 전체를 위한 연구와 정책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규제 완화 관련해선 "내부적으로 준비한 안이 있다"며 "의원들이 요구한 수준으로 10대 규제 정도로 정리해 다시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사후 규제 강화와 민사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해 별도로 제시하겠다"고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